"쪼개기 상장 금지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된다" [중복상장 금지, 약일까?독일까?②]

입력 2026-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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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편집 이미지. (출처=구글 노트북 LM)
▲AI 기반 편집 이미지. (출처=구글 노트북 LM)

‘쪼개기 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가로막는 대표적 지배구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기업은 신사업 투자와 자금조달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기존 모회사 주주는 성장 사업의 직접 소유권을 잃고 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 가치 할인까지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물적분할은 기업이 특정 사업부를 떼어내 100%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인적분할처럼 신설회사 주식이 기존 주주에게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회사가 신설회사 지분을 보유한다. 때문에 모회사 주주는 신설회사를 간접 보유하는 데 그치고, 신설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서도 배제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물적분할된 자회사가 기업공개(IPO)를 거쳐 별도 상장되면 핵심 사업의 성장 가치는 자회사 주가에 반영되는 반면 모회사 주가는 지주회사 할인과 보유 지분 할인에 노출된다. 기존 주주는 성장 사업에 투자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성장 과실은 신규 공모주 투자자와 자회사 주주에게 더 크게 이전되는 구조가 된다.

대표 사례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세웠고,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국내 증시 사상 최대급 공모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LG화학 주주들 사이에서는 핵심 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 가치가 자회사로 떨어져 나갔다는 불만이 커졌다. 카카오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 연쇄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겪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신규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모자기업 동시상장 기업은 157개에 달했다. 이는 전체 신규상장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자회사 상장 전 모회사 기업가치 평균은 1.59였지만 상장 이후 1.07로 하락했다. 자회사 상장 직전 기업가치를 1로 놓고 보면 상장 1년 뒤 0.89, 2년 뒤 0.84까지 낮아졌다. 회귀분석에서도 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 기업가치와 산업조정 기업가치가 모두 유의미하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주요 시장과 비교해도 국내의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 관행은 예외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에서는 기업 분할 시 기존 주주에게 신설회사 주식을 지분율대로 나눠주는 스핀오프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기존 주주는 모회사와 신설회사 지분을 함께 보유해 성장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 유럽 시장에서도 모회사와 핵심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소액주주 이해상충을 키우는 구조는 투자자 보호와 지배구조 측면에서 엄격한 검토 대상이 된다.

일본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모자회사 상장과 지분법 적용 관계회사에 대해 소액주주 보호, 그룹 경영 방침, 이해상충 관리 방안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상세히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 소액주주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구조를 시장이 명확히 인식하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2014년 324개(9.5%)였던 중복상장 자회사 수는 지난해 216개(5.6%)로 줄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쪼개기 상장 규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이 주주환원 정책의 결과라면,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 규제는 주주가치 훼손을 사전에 막는 장치다. 투자자가 기업 성장의 과실을 신뢰할 수 있어야 장기 자금이 국내 증시에 머물 수 있다. 핵심 사업을 떼어내는 순간 모회사 주주의 권리도 함께 보호받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현승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복상장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심화해 모회사 가치 저하로 이어진다”며 “신규 중복상장의 원칙적 금지와 예외 허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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