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의 모든 세포를 이해하는 ‘세포지도(Cell Atlas)’를 완성하면 질병과 노화 극복은 물론,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자협회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7일 서울 중구 비즈허브센터에서 ‘세포지도와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하는 우리 몸과 질병의 신비’를 주제로 과학미디어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연자로 참석한 박종은 한국과학기술원(KIST) 의과학대학원 교수(IBS 시스템 바이러스 및 공간 면역체 그룹 CI)는 세포지도 연구 동향과 미래의 의료 현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용성을 설명했다.
세포지도는 세포의 특성, 기능, 다른 세포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 유사성에 따라 분류·배열한 결과물이다. 2016년부터 전 세계 3900명 이상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인간세포지도(HCA)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연구가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향후 완성될 HCA는 질병 매커니즘을 근본적으로 규명하고, 신속한 신약 개발을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관에서는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질병 예측과 맞춤형 치료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박 교수는 정량적인 단일 세포를 관찰해 전체 인체를 모사한 휴먼 디지털 트윈(Human Digial Twin) 모델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이 모델이 실현되면 의약품을 개발할 때 실행하는 동물 실험을 대체해 활용할 수 있다. 환자에게 특정 약물을 투여했을 때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치료의 예후를 예측할 수도 있다.
유전자들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디지털 트윈 구축의 관건이다. 세포 내 회로, 인접한 세포들간 영향을 주고받는 회로, 다양한 장기 기관간 존재하는 회로를 이해하고 세포의 행동 양식을 구현해야 한다. 이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개별 세포 내 유전자 발현부터 다른 장기 간 상호작용까지를 포괄하는 생체 회로 시스템을 수학적 모델로 수치화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AI 컴퓨팅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원리에 기반해 박 교수는 2020년 메신저 리보핵산(mRNA)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코로나19 백신이 mRNA가 적용된 첫 인체용 의약품으로 출시됐지만, 해당 백신의 임상시험과 효과 입증 데이터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박 교수는 백신을 주사한 근육 세포를 관찰해 세포의 반응을 파악했다. 여러 세포 중에 근육 속 섬유세포들이 mRNA 백신들이 선별적으로 들어갔으며, 이들이 인터페론 베타(IFN-β)를 생성해 면역세포인 T세포 반응을 나타내도록 하는 기전을 확인했다.
박 교수는 “mRNA 백신뿐 아니라 면역체계, 암, 노화에 대한 연구도 가능하며, 연구 결과를 AI에 학습시켜 AI에이전트가 데이터를 보고 데이터 모델을 구축하는 셀프 그로잉 데이터베이스(Self-Growing DB)가 등장할 수도 있다”라며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등 각광받는 기술들이 대부분 단백질을 타겟으로 하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신약 연구에 적지 않은 효용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지도와 휴먼 디지털 트윈이 과학계와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관과 대학, 연구소의 협업 체계를 통해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고, 다양한 규모의 기관과 연구자들이 연구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박 교수는 “국내 병원들은 보통 내부 데이터 반출을 원하지 않고, 병원들의 데이터가 단일 기관 내에 분절적으로 축적된 상태”라며 “영국의 경우 국민 보건 서비스(NHS) 기반으로 데이터가 통합돼 있어서 연구에 활용하기 용이한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 큰 허들이 된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정부의 AI 정책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는 기조인데, 개별 연구실에서 세포지도 연구를 하려면 소형 GPU가 필요하다”라며 “개별 연구실에서 많은 연구자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되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