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 이유는 없지만 지금 팔기는“⋯장특공제 폐지 논의에 집주인들 매도 저울질 [르포]

입력 2026-04-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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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아파트 '급매물'을 포함한 매물 안내가 붙어있다. (이투데이 DB)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아파트 '급매물'을 포함한 매물 안내가 붙어있다. (이투데이 DB)

“공제 줄어들면 버틸 이유가 없죠. 지금이라도 파는 게 낫다는 분들도 있지만 당장 팔겠다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23일 정치권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축소·폐지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 일대. 현장에서는 매도 문의와 관망세가 뒤섞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부 집주인들이 세 부담 확대를 우려해 매도를 고민하고 있지만 제도 개편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강남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A씨는 “아직 법이 제정되지 않은 만큼 매수·매도 모두 눈치보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정책 윤곽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거래가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B씨도 “현재까지는 뚜렷한 거래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관련 법안이 구체화될 경우 매도 움직임이 점차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고가 주택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매도 시점을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압구정 A단지 전용면적 84㎡는 시세가 65억원대에 형성돼 있음에도 최근 약 10억원 낮춘 54억원에 거래됐다. C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최근 1~2년 사이 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는 데다 장특공제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낮춰서라도 미리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특공제 혜택을 크게 받는 장기 보유자들 사이에서는 제도 변화 가능성을 의식해 공제를 받을 수 있을 때 처분을 고민하는 사례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합정에서 약 30년간 거주해 온 D 씨도 최근 매도를 고민 중이다. 기존 주택이 재건축을 거쳐 신축으로 바뀌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진 데다 장특공 폐지 논의까지 겹치며 세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D 씨는 장특공제가 사라질 경우 양도차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결혼을 앞둔 자녀의 자금 마련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과세 강화 기조와 맞물린 영향이다. 정부는 고가·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주택은 물론 1주택이라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 목적이라면 장기보유를 이유로 세금 감면을 해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며 장특공제 적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윤종오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0명은 이달 8일 1주택자의 장특공제를 전면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관련 논의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당장 시장에 매물이 급격히 늘어나는 흐름은 아니지만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대기 매도 수요’는 누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현재 급매물은 여전히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장특공제 축소 등 세금 규제 영향으로 잠재적 매도자는 꾸준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제도 개편 방향을 둘러싼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아직 제도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를 이유로 집을 파는 움직임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시장에서는 우려와 불만이 함께 나타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1주택자는 보호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를 투기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주택자 전반에서 불만이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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