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한민국 경제활동의 주축이던 남성 청년들의 엔진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가장'으로 일터로 향했던 2030 남성들이 사회적 변화 속 취업 준비를 하거나 그냥 '쉬는' 상태로 노동시장을 이탈하고 있어서다. 그 하락세가 주요국보다도 가파른 데다 남성 청년층의 취업시장 이탈 부작용이 중장년까지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14일 발표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 BOK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5~34세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해 기준 82.3%로 집계됐다. 이는 25년 전인 2000년(89.9%)보다 7.6%포인트(p)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여성 청년층 참가율은 52.4%에서 77.5%로 25.1%p 급등하며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 하락 속도는 유독 가파르다는 것이 한은 평가다. 1995년만 해도 한국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93.3%로 OECD 평균(93.5%)과 비슷했으나 최근 가파르게 하락해 현재는 OECD 평균(2024년 기준 90.6%)을 크게 밑돌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전문직·사무직 성별 구성 변화에 따른 경쟁 심화를 꼽았다. 실제 한은이 실증분석한 결과 1991~95년생 남성 고학력자의 경제활동참가 확률은 과거 세대(61~70년생)보다 15.7%p 낮아진 반면 여성 고학력자 참가율은 10.1%p 상승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과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문직과 사무직에서 여성 비중이 급증하며 남녀 비중이 유사한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과거보다 남성 청년들의 취업시장 진입 여건이 치열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초대졸 이하 남성의 경우 제조업과 건설업 등 중·저숙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산업구조 변화로 노동수요 자체가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실제 지난해 초대졸 이하 남성의 노동공급 확률은 2000년 대비 2.6%p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고령화와 인공지능(AI) 확산도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경로를 제약하고 있는 추세다. 정년 연장 등으로 고령층이 고학력 일자리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청년층의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세대 간 구축 효과'가 발생했다. 여기에 생성형 AI 확산 이후 최근 4년간 감소한 청년층 일자리의 98.3%가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됐다는 것이 한은 분석이다.
한은은 이 같은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 저하가 자칫 노동공급 감소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청년층이 경제활동에서 일찌감치 탈락할 경우 중·장년층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한은은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춘 기술교육 강화와 정규직 고용 보호의 경직성 완화 등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진영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과장은 "고용시장 전반으로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된 현재 상황이 과거보다 균형적이라고 본다"면서 "과거에는 남성이 핵심 연령층이었다면 성별 및 연령 다양화로 노동공급 소스가 많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 과정에서 타격을 받은 남성 청년들의 참여율 하락이 유독 가팔라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방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성 청년들의 고용상황을 개선할 정책 제언에 대해서도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굳이 남성들만 핀셋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 전반의 노동시장 진입을 보다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남성 청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산업구조 변화 등에 따른 이슈는 대상자를 중심으로 기술 교육을 중점적으로 지원해 정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