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써클, 직접 발행보다 유통·결제 협력에 무게
제도권 망설이는 사이…전문가 "옥석 가리기 시작"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들이 최근 잇달아 한국을 찾아 유통·결제·기술 인프라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발행 주체와 규제 구조에 집중되는 사이, 시장에서는 이미 발행 이후를 겨냥한 선점 경쟁이 전개되는 분위기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한한 테더와 써클은 국내 금융권과 거래소, 인프라 기업 등을 잇달아 접촉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이후 시장을 겨냥한 행보를 보였다. 두 회사는 각각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 2위 스테이블코인인 USDT와 USDC의 발행사다.
써클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직접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 은행과 핀테크, 가상자산 기업이 참여하는 구조가 마련되면 이를 기술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국내 사업자와 체결한 업무협약(MOU) 역시 발행 참여보다 멀티체인 대응과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협력 확대에 무게를 실었다.
테더의 최근 방한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테더는 최고경영진의 공개 메시지보다 실무진이 직접 한국을 찾아 금융권과 거래소, 인프라 기업 등을 폭넓게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징적 발언보다 실제 협력 가능성과 현지 네트워크 점검, 향후 유통·송금·기술 인프라 연결 가능성을 타진하는 성격이 더 짙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제도권의 시각은 신중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 제출자료에서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국내 여건 및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을 고려해 도입 초기에는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 모델을 통한 발행을 우선 허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2025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제도 초기 예상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민간 혁신을 수용할 방안으로 은행 중심 컨소시엄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내 제도 논의가 여전히 발행 구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이 시장에서는 유통·결제 인프라 선점 경쟁이 먼저 전개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발행 구조에만 머물 때 제도화 이후 유통·결제·기술 인프라 경쟁 구도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발행 주체와 별개로 결제망과 유통 채널, 기술 표준 선점 여부에 따라 생태계 내 역할과 수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정비와 함께 실제 사업 모델의 윤곽도 점차 뚜렷해진다고 분석했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각국 규제 당국은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적 틀을 점진적으로 구체화했으며, 완전한 규제 확정 이전에도 방향성은 점차 명확지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주요 사업자들도 관망 국면에서 벗어나 결제, 파생상품, 인프라 등 실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라며 “가격보다 구조가 먼저 형성되는 시점으로, 실질적인 수익 구조와 시장 내 역할을 기준으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