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롯데케미칼도 대체 물량 수소문… 가격·일정 맞는 물량 찾기 난항
가동률 낮추고 정기보수 앞당겨 버티기… 업계 “이번 달 넘기면 정말 위험”

공해상에 묶여 있던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t(톤)을 LG화학이 가까스로 들여오면서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업계가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석유화학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번 달을 넘기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짙다. 한국은 국내 나프타 수요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수입 물량의 70% 이상이 중동산이어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원료 수급이 곧바로 흔들리는 구조다. 정부가 최근 나프타를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취약성을 반영한 조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확보한 러시아산 나프타는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에 투입됐다. 이번 물량은 통상 3~4일가량 버틸 수 있는 규모다. 이번 러시아산 물량은 일본 종합상사나 글로벌 상사들이 공해상 또는 제3지역에서 운용하던 물량 가운데 하나를 확보한 사례다. 산업부는 통관 절차와 결제 관련 실무 지원에 나섰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되며 전세계적 나프타 수급난으로 추가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제품 제재 완화 조치는 11일 종료될 예정이고, 유럽은 대러 제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동춘 LG화학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미국 제재 허용 범위 내에서 일부 물량을 확보했지만 추가 구입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일 시황을 점검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른 NCC들도 나프타를 구하려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여천NCC 역시 러시아산을 포함해 대체 공급처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가격, 일정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적당한 물량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여천NCC측은 “통상 길어야 열흘 치 정도만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는 정상보다 약간 낮은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도 “중동 외에도 미국, 아프리카 등 다양한 원산지에서 물량을 알아보고 있다”면서도 “들여오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고 전했다. 미국산의 경우 계약 후 국내 입항까지 50일이 소요되는 등 공급 시차가 상당하다.
원료난에 대응해 가동을 줄이거나 정비 일정을 조정하면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LG화학은 이미 여수 NCC 2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고, 공급 불안이 길어지면 추가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천NCC는 NCC 가동률이 60~65% 수준으로 떨어지자 생산량 조정을 위해 올레핀 전환 공정 가동을 중단했고, 앞서 고객사에 공급 불가항력도 통보했다. 롯데케미칼은 당초 4월 중순 예정이던 여수 공장 대정비를 3주가량 앞당겨 3월 말부터 시작했다. 석화업계 전반의 NCC 가동률은 60%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외교·통상 채널을 총동원하고 있다. 현재 인도 및 아랍에미리트(UAE)와 실무 협의가 본격화된 상태로 양국을 상대로 나프타 및 원유 도입 확대를 요청했다. 또 전일 석유화학 업계 수급 안정 및 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대체 나프타 도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경 예산 4695억원을 편성해 수입단가 차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단기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결론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두 일시적 처방일 뿐”이라며 “가동률을 줄이며 버티고는 있지만 전쟁이 이번달을 넘겨 장기화되면 그때는 정말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