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의 ‘두뇌’로 불리는 민주연구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면으로 도마에 올랐다. 선거 전략을 설계해야 할 핵심 기관 수장이, 오히려 지역 경선의 ‘이해당사자’로 비칠 수 있는 행보를 보이면서다.
논란의 중심에는 이재영 민주연구원장이 있다. 그는 현재 양산시 갑 지역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당내 선거 전략을 총괄하는 위치에서 특정 지역 조직까지 직접 관리하는 구조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겸직’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 양정철, 이한주 등 전임 원장들이 전략 기능에 집중하며 지역 조직과 거리를 둔 것과 대비된다. 선거의 ‘설계자’가 ‘선수’와 겹쳐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시점이다. 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 양산시장 선거에는 8명의 후보가 경선에 뛰어든 상태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공정성에 대한 민감도도 극도로 높다.
지역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불만이 공개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20년 가까이 당 활동을 해왔다는 한 당원은 “핵심 당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를 요청하는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선 개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장후보 캠프 담당자는 "(이재영 당협위원장이) 너무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김두관 의원은 경선에 관여하지 않지 않느냐? 이 민감한 시기에 한 후보만 이렇게 시쳇말로 몰빵을 하고 있는데... 안타까운 심정이다"라고 밝혔다.
출마를 준비 중인 또 다른 인사는 “당내 활동이 적었던 특정 인사를 돕는 듯한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구설이 커지고 있다”며 “중앙당 당직자가 당헌·당규를 피해 가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도당에서도 다 내용을 알고있는 주지의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논란은 조직 운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양산 갑 지역위원회 사무국 인력 상당수가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부 관리가 사실상 공백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후보는 “사무국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부 인사들이 대거 출마하는 구조가 과연 공정한 경선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후보들이 도당에 직접 문의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확인 결과, 지역위원회 소속 주요 당직자들이 공천 신청을 마치고 출마를 확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이 원장이 특정 후보의 출판기념회와 개소식 등에 참석해 축사를 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

당내 규정과의 충돌도 핵심 쟁점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시행세칙 제5조는 중앙당 및 시·도당 당직자의 ‘중립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경선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다.
현재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단순한 ‘논란’을 넘어 규정 위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의 본질은 구조적이다. 선거 전략을 설계해야 할 조직이, 특정 지역 경선의 이해관계와 얽히는 순간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역대 선거에서 민주연구원이 맡아온 역할을 감안하면, 이번 논란은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당 전체 전략의 신뢰도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당 인사들이 지역 방문조차 자제하는 관례와 비교하면, 이번 사안은 더욱 도드라진다. ‘조심’이 아니라 ‘개입’으로 읽힐 수 있는 행보라는 점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