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전환’ 브레이크…글로벌 車업계 줄줄이 속도 조절

입력 2026-03-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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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2개사 계획 축소·목표 조정
내연차 수요 견조…美·유럽 정책 지원도 약화

▲일본 도쿄 혼다 전시장 지붕 위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도쿄/AFP연합뉴스)
▲일본 도쿄 혼다 전시장 지붕 위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도쿄/AFP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EV) 전환 속도를 잇달아 늦추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수요가 예상보다 탄탄한 데다 미국과 유럽의 정책 지원까지 약화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소 12곳 이상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계획을 축소하거나 목표를 재조정했다. 혼다는 2040년까지 내연 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으며, 전기차 전략 전면 개편으로 인해 향후 2년간 160억달러(약 24조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메르세데스-벤츠·포드·스텔란티스·볼보 역시 순수 전기차 생산 목표를 하향했다.

고급차 브랜드 중에서는 BMW 산하 롤스로이스가 가장 최근 방향을 전환했는데 2030년 이후에도 휘발유 차량 생산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틀리·로터스·아우디·포르쉐 등은 이미 향후 10년 내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거나 80%를 전기차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축소했다. 폭스바겐(VW) 산하 람보르기니 역시 2030년 출시 예정이던 첫 순수 전기차 ‘란자도르’ 계획을 접고 해당 모델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선회하기로 했다.

스테판 빈켈만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는 “순수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며 “람보르기니의 감성적 요소는 차량의 진동, 조향감, 제동감에 있으며 순수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엔진 소리가 없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정책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연방 세액 공제를 폐지하고 충전 인프라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며 차량 배출가스 목표를 완화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배출가스 목표를 완화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정에 따른 비용도 적지 않다. FT는 지난 1년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 및 투자 계획 취소 등 전기차 전략 변경으로 인해 최소 750억달러의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다만 완전한 후퇴는 아니다. 롤스로이스, 페라리 등은 전기차 출시를 병행하면서도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2023년 순수 전기차인 스펙터를 출시한 최초의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페라리는 5월부터 순수 전기차 ‘루체’의 주문을 받기 시작할 예정이며, 벤틀리는 애초 목표보다 2년 늦은 내년 첫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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