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 플랫폼’이 흔적도 없이⋯은행 메타버스의 쓸쓸한 퇴장

입력 2026-03-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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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메타버스 사실상 종료⋯“애초에 수익 모델 어려웠다”
금융권 디지털 전략 ‘AX’로 선회⋯실용성·확장성 경쟁 돌입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 시즌2 이미지. (신한은행)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 시즌2 이미지. (신한은행)

한때 가입자 10만명을 끌어모으며 ‘미래 금융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던 신한은행 메타버스 ‘시나몬(Cinnamon)’은 지금 흔적을 찾기 어렵다.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조직은 이미 해체됐고, 당시 축적됐던 이용자 데이터와 서비스 기록도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금융과 생활을 결합한 차세대 플랫폼을 표방하며 대규모 인력과 자원을 투입했던 실험은 몇 년 만에 조용히 막을 내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3년 8월 시즌3를 끝으로 서비스가 잠정중단 됐던 신한은행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 프로젝트는 최근까지도 별도 업데이트나 확장 없이 사실상 사업이 정리됐다.

시나몬은 2022년 11월 출시돼 금융 서비스와 비금융 콘텐츠를 결합한 은행권 최초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던 사업이다. 출시 초기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가입자 10만명을 빠르게 돌파하며 금융권 메타버스의 대표 사례로 꼽혔고, 202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는 은행권 최초로 단독 부스를 마련해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용자 체류 시간과 실제 금융 서비스 연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시에는 메타버스를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실험적 시도였다”며 “현재는 기술 트렌드 변화에 맞춰 인공지능 전환(AX)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도 한때 메타버스 전담 조직을 꾸리고 관련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대부분 고객 유입과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사업을 정리하거나 축소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메타버스가 금융 서비스와의 접점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공간 기반 서비스는 체험 요소나 마케팅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실제 금융 거래나 자산관리로 이어지기에는 규제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제약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이벤트나 브랜드 경험에는 활용 가능하지만 금융의 본질적인 기능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며 “결국 수익 모델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지속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 금융권의 디지털 전략은 인공지능 전환(AX)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리스크 관리, 고객 분석, 업무 자동화 등 실제 수익과 직결되는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는 ‘될 것 같은 기술’이 아니라 ‘바로 돈이 되는 기술’에 집중하는 단계”라며 “AI는 적용 범위가 명확하고 효과도 빠르게 확인되는 만큼 금융권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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