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 특수성 실종…노란봉투법 덮친 판교 [산업계 덮친 원청 교섭의 늪]

입력 2026-03-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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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7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
▲지난해 4월 17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
‘노란봉투법’이 국내 IT 업계의 유연한 생태계를 정조준하며 산업 구조 재편의 거대한 뇌관으로 떠올랐다. ‘사용자 정의 확대’를 골자로 한 이번 개정안이 분사와 합병이 잦은 IT 산업의 특수성과 충돌하면서, 혁신을 가로막는 법적 불확실성과 노사 간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혁신과 노동권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노란봉투법의 파장은 당분간 IT 산업 구조 재편의 핵심 뇌관이 될 전망이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12일 오후 12시 판교역 일대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개정 법령이 시행되자마자 플랫폼 업계의 노사 갈등은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갈등의 발단은 카카오의 100% 자회사인 개발사 ‘디케이테크인’에서 불거진 고용 불안 문제다. 노조는 카카오가 최근 해당 자회사와의 품질관리(QA) 업무 계약을 종료하면서 관련 인력들에게 권고사직이 통보됐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노조의 대응 방식이다. 노조는 직접 고용주인 디케이테크인을 넘어 모회사인 카카오를 겨냥하고 있다. 노조 측은 “카카오가 대주주로서 경영상 판단을 내릴 때 자회사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개정 법령의 취지”라며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카카오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개정된 노조법 제2조가 규정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 조항을 근거로 본사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게임 업계 역시 노란봉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개발 효율성을 위해 프로젝트별로 독립 스튜디오나 자회사 형태의 분사 체제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과가 나지 않는 프로젝트를 정리하거나 인력을 재배치하는 과정이 매우 빈번한 산업 특성상, 이번 법 시행은 경영 의사결정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NHN의 경우 자회사 NHN에듀의 서비스 종료 과정에서 고용 승계 문제를 두고 노사 간의 이견이 노출된 바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의 생성과 소멸이 빠른 업계 특성상 모-자회사 간 인력 이동이 잦은데 자회사 노조가 본사를 상대로 직접 교섭이나 단체 행동권을 행사할 경우 유연한 사업 재편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사용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아직 안갯속이라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법원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영 범위가 크게 달라져서다. 대법원 판례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노사 양측 모두 해석의 여지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와 속도전에서 유일하게 자생력을 갖춰온 한국 플랫폼 생태계가 규제 리스크로 인해 경직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자칫 혁신의 유연성이 훼손되면 자국 플랫폼의 시장 수성 능력이 저하돼 결국 글로벌 빅테크에 주도권을 내준 해외 사례들처럼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장에 팽배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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