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고환율⋯식품업계, ‘S의 공포’ 속 원가부담 이중고[오일-달러 쇼크]

입력 2026-03-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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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란발 중동 리스크가 국제 유가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식품업계의 경영 환경에 비상이 걸렸다. 원가 상승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기조에 막혀 가격 인상조차 검토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버티기에 돌입한 형국이다.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오전 7시 26분 기준 전장 대비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유가가 치솟자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경제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고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업종은 아니지만, 다층적인 영향을 받는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대부분 원재료를 수입해 이를 가공하는 형태로, 원재료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해상 운임이 상승해 제조원가와 물류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포장재 역시 유가 급등의 영향권에 있다. 식품 포장재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페트(PET) 등이 석유화학 수지 기반 소재이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포장재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편은 아니다. 곡물 등과 다르게 대규모 선물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라 다른 원재료보다 반영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짚었다.

원가 부담이 커지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수순이지만, 현재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기조에 별다른 수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는 민생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 아래 특히 먹거리 관련 불공정거래 등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담합을 ‘암적 존재’로 규정했고, 관련 부처에선 설탕, 밀가루 등 담합 조사 후 제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밀가루를 가공하는 식품사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이어졌고, 주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들은 빵 가격을 인하했다.

빵 가격이 내리고 라면, 과자 등의 가격 인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유가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오히려 커져 인하는 무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가루와 설탕 등이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가격을 좌우할 만큼 큰 곳은 없지 않을까 싶다. 원재료 단가가 일부 하락한 부분도 있지만 인건비와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 변수가 크다”며 “물가 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결국 식품기업이 내놓을 수 있는 대응책은 포장재 간소화와 마케팅비 절감 등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누가 원가 부담을 효율적으로 조율하느냐보다 누가 길어지는 원가 부담을 감내할 체력이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5% 내외인 만큼 사태 장기화 시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사 관계자는 “지금 정부 기조에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 공급망 다변화나 현지 전략 확대 등을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원가 부담을 근본적으로 낮추기보다 할 수 있는 수단이 이뿐이라 노력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가격을 올리지 않고 양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해 진정성 있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제3차 세계대전이 거론되는 특수한 국제 정세 속 기업의 기초체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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