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층 하청구조 바뀌나?”…자동차·조선·건설업계 ‘고심’ [노봉법 시대, 기업의 선택下]

입력 2026-03-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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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3-0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원청 사용자성 확대에 공급망 ‘긴장’
납품단가·생산차질 리스크 확산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제조업 전반에 굳어져 있던 다층 하청구조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기존 수직적 거래 질서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원청-협력사’ 체계로 꼽힌다. 완성차 업체가 설계·생산을 총괄하고, 부품사는 단계별로 납품망을 형성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은 2023년 기준 2만1443곳에 달하며, 이중 완성차사에 직접 납품하는 업체는 전체 1376곳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노사 구조다. 완성차 업체는 노조 조직률이 높고 교섭력이 강하다. 동시에 생산라인에는 정규직과 사내하청·파견 등 비정규직이 혼재해 있다. 그동안 부품사에서 발생한 분쟁은 해당 업체 차원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하청 노조가 실질적인 사용자로 지목돼 교섭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달 25일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하청 노조들이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13개 원청 기업에 집단 교섭을 공식 요구했다. 현대차에는 경기지부 현대자동차 남양비정규직지회 등 4개 노조가 참여해 교섭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하청 노조가 직접 교섭에 참여하게 되면 그동안 유지돼 온 하청구조 체계 역시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청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원청 교섭 의제로 다뤄질 경우, 협력사와 맺은 납품 단가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협력사들은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단가 인상 요구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고, 협상이 길어지면 부품 공급이 지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경남 거제시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 (연합뉴스)
▲경남 거제시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 (연합뉴스)

조선업 역시 전통적으로 다층 하청구조가 고착화한 산업으로 꼽힌다. 대형 조선사가 원청으로 선박 설계와 수주를 하면, 선체 블록 제작 등 주요 공정 대부분은 협력사와 재하청 업체 수백 개를 거쳐 수행된다.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은 사내 하청 비율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금, 산업재해 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조선업계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단체교섭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돼왔다.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면 원·하청간 충돌이 불가피해 노사 리스크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수주 호황으로 생산 일정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은 결국 공정 지연과 납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은 공정 간 연계성이 높아 특정 공정에서 부분 파업이나 작업 중단이 발생하면 도크 일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은 부분 파업이나 공정 중단이 발생하면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사 리스크로 납기 지연이 발생하면 글로벌 선주들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향후 수주 경쟁력에도 직결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설현장 모습. (뉴시스)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설현장 모습. (뉴시스)

건설 현장의 공사 수행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직고용 확대 등 하도급 구조의 전면적인 재편 가능성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신중론이 우세하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은 기본적으로 수주 산업이고, 전문건설업체와의 하도급 계약을 통해 공사를 수행해 온 구조”라며 “직고용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활동이 강화될 경우 공사 기간 지연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지연도 문제지만 결국 비용 증가가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아직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법 개정 이후에는 시범 적용이나 유예 기간이 있는 만큼, 실제 공표·시행 이후에야 구체적인 절차와 대응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공기 증가와 비용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도 건설 현장에서 노조 활동이 활발한 만큼, 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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