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도 교섭 대상 가능성⋯기업, 하청 줄이고 핵심공정 직접 관리 [노봉법 시대, 기업의 선택上]

입력 2026-03-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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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지형 대전환
사용자, 복수 하청 노조와 협상⋯공장 통폐합⋯M&A, 쟁의 가능성
교섭 장기화땐 생산차질 불가피⋯車ㆍ조선ㆍ건설 공급망 부담 가중

노사관계의 룰이 바뀐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10일 시행되면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실질적 지배력’ 기준으로 확대된다. 다단계 하청 구조가 고착화된 자동차·조선·건설 업종에서는 원청이 복수의 하청 노조와 동시에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교섭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 협력사 납품단가 인상 요구가 맞물리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원청 사용자는 원·하청 노조 등 2개 이상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 직접 근로계약이 없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면 사용자로 판단될 수 있다. 하청 노조의 원청 직접 교섭 요구가 제도적으로 열리면서 현장에서는 시행 초기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 현장은 ‘교섭의 양’과 ‘교섭의 시간’을 우려한다. 원청이 복수의 하청 사업장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구조에서 교섭 단위가 세분화하면 노사 분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쟁의가 연쇄적으로 확산할 경우 생산·공급망 관리가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

완성차 업계는 부품사 노조의 교섭 요구가 원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생산계획과 단가, 품질 기준을 완성차 업체가 결정하는 구조상 노사 갈등이 공급망 리스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다수 협력사를 통해 공정을 운영한다. 일부 공정이 멈추면 선박 인도 지연과 계약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단계 하청 구조가 깊은 산업일수록 사용자성 판단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진 의사결정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장 통폐합이나 사업 재편,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결정이 쟁의 대상에 포함될 경우 투자 일정이 노사 협상에 좌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사 교섭이 길어질 경우 기업은 생산계획 조정, 납기 지연에 따른 패널티 부담, 원·부자재 조달 일정 변경, 협력사 단가 인상 요구 대응, 재고 및 물류비 증가 등 복합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 완성차-부품사 수직 구조, 조선 도크 중심 생산, 건설 공정 연동 구조처럼 공정 지연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지는 업종일수록 타격이 크다.

기업들은 구조 재설계에 나서고 있다. 하청 단계를 단순화해 교섭 단위를 줄이고 핵심 공정은 직접 관리 범위를 명확히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동시에 서비스·플랫폼 업계에서는 원청의 지휘·감독 요소를 최소화하는 ‘디커플링’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택배·물류회사의 경우 배송 관리 시스템이 사용자 지휘로 해석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사전 관리 체계 강화 움직임도 나타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협력사 안전관리와 작업환경 개선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원·하청 통합 관리 체계를 강화해왔다. 다만 관리 범위 확대가 사용자성 판단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국무총리 간담회에서 사용자 범위와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대한 명확한 법 해석을 요청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노사 이슈가 투자와 생산 전략까지 흔드는 변수로 올라왔다”며 “외주 구조와 공급망 관리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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