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사망자 수 1위’ 특발성폐섬유증…“급여 적용 시급”

입력 2026-02-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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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지연 시켜주는 치료제 2개뿐…닌텐다닙은 비급여 상황

▲특발성폐섬유증 환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특발성폐섬유증 환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원인조차 알 수 없는 폐 질환인 특발성폐섬유증(IPF)은 국내 사망자 수 1위 희귀질환이다. 진단 후 평균 기대 여명은 3~5년에 불과하지만 환자들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극히 제한적이다.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특발성폐섬유증 환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유흥석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 질환은 진단받는 순간부터 시간이 줄어드는 병”이라며 “질환의 예후는 암에 버금갈 정도로 나쁘다”고 말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특발성폐섬유증의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 중앙값은 3~5년, 5년 생존율은 30~50% 수준이다. 모든 암을 통틀어도 췌장암과 폐암 바로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그는 “만성질환이란 표현으로는 이 병의 치명성을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발성폐섬유증은 특별한 원인 없이 폐포 간질 조직이 섬유화되며 점차 딱딱하게 굳어가는 희귀난치질환이다. 산소 교환이 이뤄지는 폐 구조가 파괴되면서 만성 기침과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결국 호흡부전에 이른다.

질환 진행 속도도 가파르다. 정상 성인의 폐기능 감소 속도가 연간 10~20cc 수준인 반면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는 매년 150~250cc가 감소한다. 매년 폐기능의 약 10%를 잃는 셈이다.

특히 연간 약 10%의 환자에게 발생하는 ‘급성 악화’는 치명적이다. 수주 내 폐가 급격히 망가지는 이 상태가 발생하면 환자의 절반가량이 사망한다. 폐암 발생 위험은 일반인 대비 5~7배 높고 심혈관질환·뇌졸중·우울증 등 중증 합병증도 빈번히 동반된다.

전 세계와 비교해 한국의 특발성폐섬유증 유병률은 매우 높다. 인구 1만 명당 약 4.5명으로 주요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환자 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질병관리청 통계에서도 2019년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희귀질환 사망자 수 1위를 기록했다. 유 교수는 “희귀하다는 이유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지만 실제 사회적 부담은 가장 큰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특발성폐섬유증에 사용 가능한 치료제는 피르페니돈과 닌테다닙의 두 가지 항섬유화제뿐이다. 이들 약물은 질병 진행을 지연시키고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병을 완치하지는 못해 평생 복용해야 한다.

문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위장관 부작용과 고가의 약값으로 장기 복용이 쉽지 않은 데다, 닌테다닙은 2016년 허가 이후에도 특발성폐섬유증에 대해서는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 교수는 항섬유화제 간 전환 치료에 대한 급여 허용과 신규 치료제의 신속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을 중단한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 수준까지 떨어진다”며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있으면 다른 약으로 바꿀 수 있어야 생존율을 지킬 수 있다”면서 “단기적인 약제비만 볼 것이 아니라 급성 악화와 입원을 줄여 장기적으로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정책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부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과 비교해 특발성폐섬유증의 치료 환경이 훨씬 열악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폐암 4기 환자는 완치가 어렵다는 걸 모두 알면서도 임상 데이터상 6~8개월 생존 연장을 위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보험 급여가 빠르게 이뤄진다”며 “반면 특발성폐섬유증은 생존을 유의미하게 연장할 수 있음에도 급여가 되지 않는다. 의사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구조”라고 힘줘 말했다.

환자들의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토론회에 참석한 환자 김종호 씨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산소기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폐기능이 정상인의 30%밖에 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맥박이 100을 넘는다”며 “조금만 움직이거나 말을 하면 산소포화도가 80% 아래로 떨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숨만 좀 쉬게 도와달라는 건데, 매달 300만 원을 내야 한다면 이건 재앙”이라며 “닌테다닙은 다른 질환에는 급여가 되는데 왜 IPF 환자에게만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 급여화를 언급했는데 우리는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에 탈모 급여화를 언급한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김은희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오페브는 현재 급여적정성 평가 진행 중”이라며 “성실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처리해야 할 약제가 많고 인원은 적어서 환자들이 원하는 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생명권 존중과 치료제 접근성 제고 측면에서 후속 절차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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