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옵션이 사실상 전무했던 성인 신경섬유종증 1형(NF1) 환자에게 처음으로 약물 치료의 길이 열렸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희귀질환 치료제 ‘코셀루고’가 소아에 이어 성인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국내 치료 환경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4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증상이 있고 수술이 불가능한 총상신경섬유종(PN)을 동반한 신경섬유종증 1형(NF1) 치료제 ‘코셀루고’(성분명 셀루메티닙)의 성인 적응증 확대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NF1은 신경조직에 양성 종양이 자라는 유전성 희귀질환으로 커피색 반점과 피부 섬유종 등이 특징이다. 환자의 약 30%가 PN을 동반하는데 이로 인한 심각한 외형 변화, 만성 통증, 장기 압박, 기능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PN은 악성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는데 생존율에 크게 영향을 준다.
코셀루고는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MEK1·2 효소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경구용 타깃 치료제다. 수술이 불가능한 NF1-PN 환자의 국내 유일 치료제다. 2021년 만 3세 이상 소아·청소년 환자 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후 지난해 12월 성인까지 적응증이 확대됐다.
이날 연자로 나선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는 “신경섬유종증 1형은 3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유전질환 중 하나지만, 성인 환자 치료 옵션이 사실상 수술 외에는 없었다”며 “이번 성인 적응증 확대는 치료 공백을 메우는 결정적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내 환자 데이터를 근거로 “코셀루고 투여 후 성인 환자에서도 PN의 부피가 안정적으로 감소했고 이런 효과가 최대 26주기까지 유지된 것으로 나왔다”며 “성인 환자의 60% 이상에서 삶의 질 개선이 확인됐고, 신경인지 기능 지표 역시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황수진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는 성인 적응증 확대의 근거가 된 글로벌 3상 ‘KOMET’ 임상 결과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성인 NF1-PN 환자 145명을 대상으로 코셀루고와 위약을 1대 1로 비교한 무작위 임상이다.
연구 결과 16주기 투약 시점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은 코셀루고 투여군이 20%로, 위약군(5%)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종양 크기 감소 반응은 중앙값 기준 3.7개월로 비교적 빠르게 나타났으며, 반응을 보인 환자의 86%에서는 최소 6개월 이상 효과가 유지됐다.
황 교수는 “코셀루고는 비침습적 치료를 통해 종양 부담과 통증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뛰어난 치료 효과임에도 불구하고 제한적 급여기준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3세 이상부터 18세 이하 환자까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며 성인 대상 급여 논의는 아직이다. 이 교수는 “환자 치료에 있어서 고가 약을 쓴다는 이유로 감시받는 느낌이 든다”며 “최근 급여가 된 약에 대해선 과도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굉장히 불공평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급여를 삭감하게 되면 그간 사용한 치료약제는 병원에 부담이 전가된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철웅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희귀질환사업부 전무는 “소아 환자에서 이미 200명 이상이 치료 혜택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성인 적응증 확대는 소아에서 성인으로 이어지는 ‘지속 치료’의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급여 확대를 통해 환자 접근성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