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자문기관’ 카드 꺼낸 금감원…보험금 부지급 논란 해법 될까

입력 2026-02-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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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분쟁 과정에서 감액·부지급 근거로 활용돼 온 의료자문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대한의사협회와 손잡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의료자문 주체를 보험회사 중심에서 소비자 선택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은 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험금 관련 제3의료자문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보험금 분쟁 시 제3의료자문이 사실상 보험금 지급 거절을 정당화하는 절차로 작동한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그간 의료자문은 보험회사가 제시한 병원·전문의 목록 중에서 자문기관을 선택하는 구조로 운영돼 왔다. 이로 인해 자문 결과의 중립성과 객관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낮다는 비판이 반복돼 왔다. 실제 의료자문에 동의한 계약자 다수가 보험금을 전액 또는 일부 지급받지 못하면서, 의료자문이 ‘부지급을 위한 관문’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최근 5년 6개월간 생명보험사 21곳에서 8만9441건, 손해보험사 16곳에서 26만5682건의 의료자문이 이뤄졌다.

같은 기간 생보사의 의료자문 건수는 감소했지만, 의료자문을 거쳐 보험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비율은 2020년 19.9%에서 지난해 6월 30.7%로 상승했다. 의료자문에 동의한 소비자 10명 중 3명은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셈이다. 손해보험사도 의료자문을 거친 부지급 비율이 2.6%에서 10.5%로 급증했다.

의료자문 절차의 불투명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표준약관은 고객과 보험사가 합의해 자문의사를 선정하도록 규정했지만, 생보사 의료자문 중 77%(6만9044건)는 보험사가 자체 보유한 자문의 풀(pool)에서 의사를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의사에게 자문이 과도하게 집중된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해 6월 기준 동일 자문의에 의한 최다 자문 건수는 삼성생명 101건, 삼성화재 233건이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감원은 의료자문 주체를 소비자 선택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이번 협약에 담았다. 소비자가 대한의사협회를 제3의료자문 기관으로 선택할 경우, 의사협회가 독립적으로 의료자문단을 구성하고 자문의사를 배정해 자문 결과를 보험회사에 회신하는 방식이다.

의사협회는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 소속 전문의를 중심으로 진료과별 최소 5인 이상의 의료자문단을 구성한다. 자문의 편중을 막기 위해 자문 배정 역시 협회가 관리한다. 시범 운영 대상은 정액형 보험(실손 제외) 가운데 뇌·심혈관 질환과 정형외과 후유장해 관련 제3의료자문으로, 올해 2분기부터 3분기까지 6개월간 운영된다. 이후 제도 실효성을 점검해 4분기부터 의료자문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협약이 의료자문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의료자문이 보험사 중심 구조로 운영되면서 소비자 신뢰가 저하돼 왔다”며 “이번 협약은 의료자문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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