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단독 발행 대신 다자연합⋯ 생태계 선점 [불붙은 스테이블 코인 경쟁]

입력 2026-0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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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화 앞두고 은행권 '생태계 선점' 경쟁 격화
“지분 15% 한계·방향성 다양한 스테이블 코인, 연합이 현실적”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앞두고 은행권이 단독 경쟁을 넘어 컨소시엄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발행 주체를 둘러싼 제도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들은 개별 은행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다자 연합을 통한 발행·유통·사용 생태계 구축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당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을 설 연휴 전 발의하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이다. 법안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 연동 디지털자산으로 제도권에 편입하고 발행 주체와 감독 체계를 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은행 중심 발행 구조, 이자 허용 여부, 한국은행의 관여 범위 등을 두고 이견이 남아 있어 최종 윤곽은 아직 유동적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은행권의 대응 전략은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누가 먼저 발행하느냐’보다 ‘누가 생태계를 주도하느냐’에 방점을 찍고 컨소시엄을 통해 제도화 이후를 대비하는 흐름이다. 단일 은행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제 리스크와 초기 비용을 분산하는 동시에 사용처와 유통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하나금융지주다. 하나금융은 최근 BNK금융지주, iM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지방 금융지주사와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 등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관련 논의를 본격화했다. 발행뿐 아니라 유통과 사용처까지 포괄하는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30일 실적 콘퍼런스콜에 직접 참석해 스테이블코인을 언급했다. 함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 기회는 스테이블코인에서 찾을 수 있다”며 “단순한 코인 중개로는 기회를 만들 수 없고, 발행·유통·사용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완결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신년사에서도 그는 “국내외 파트너사들과 제휴를 통해 다양한 사용처를 확보하고,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글로벌 연대를 통해 대응 폭을 넓히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9일 씨티그룹 경영진과 면담을 갖고 디지털자산과 국경 간 통화 결제 인프라를 포함한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예금토큰과 디지털자산 기반 사업 현황을 공유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결제·유동성 관리 협력 가능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일 금융그룹 차원을 넘어 국제 금융사와의 연계를 염두에 둔 행보다.

은행권의 컨소시엄 구상은 이미 진행 중인 기술 실험과도 맞물린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한·일 간 스테이블코인 송금 기술검증 사업인 ‘팍스 프로젝트(Project Pax)’에 참여해 1단계 검증을 완료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새로운 국제 금융거래 인프라 구축 가능성을 점검한 셈이다. 케이뱅크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현지 기업과 협력해 중동을 포함한 국가 간 송금 인프라 구축에도 착수했다.

관련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 안에서 거론되는 발행 구조가 ‘은행 지분 50%+1주’ 방식으로 정리될 경우, 현행 은행법상 개별 은행이 투자할 수 있는 지분 한계는 최대 15% 수준에 그친다”며 “단일 은행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3~4개 은행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부터 유통, 사용까지 방향성이 매우 다양한 만큼, 과거 인터넷뱅킹이 컨소시엄 형태로 출범했던 것처럼 연합과 협업을 통해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검토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며 “정부 안이 구체화되기 전 사전 대비 차원에서 컨소시엄을 꾸려 이후를 준비하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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