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거래소 접촉 확대
당국 검증·내부통제 역량 중요
거래소 가치 판별 기준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시장 평가 기준이 거래량에서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로 이동했다. 규제 완화 가능성과 플랫폼 정책 변화가 맞물리며, 거래소 가치를 판별하는 기준도 바뀌는 모습이다.
26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상 ‘마목’은 가상자산 매매·교환을 중개·알선·대행하는 업무 유형을 뜻한다. 이 가운데 다수 이용자를 상대로 상시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통상적인 의미의 가상자산 거래소로 분류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원화 거래를 위해 단 한 곳의 은행과만 실명계좌 제휴를 맺어야 하는 이른바 ‘그림자 규제’ 아래 운영됐다. 이 구조는 은행과 제휴한 원화거래소와 그렇지 못한 코인거래소 간 거래량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1거래소-1은행 규제가 완화된다는 관측이 확산 중이다. 이에 은행권은 원화거래소와 코인거래소를 가리지 않고 접촉을 늘리는 모습이다. 은행은 VASP 라이선스 보유 여부를 최소한의 구분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본격화될 경우 대규모 유동성 유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구글코리아가 28일부터 VASP 라이선스를 보유한 거래소에 한해 애플리케이션 등록을 허용하면서 국내 거래소의 라이선스 가치가 더욱 두드러졌다. VASP를 보유하지 않은 해외 거래소의 국내 진출 경로가 사실상 국내 VASP 거래소 인수로 좁혀지면서, 국내 거래량이 많지 않은 코인거래소 역시 라이선스 유지 여부만으로 잠재적 인수합병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현재 거론되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라이선스와 실명계좌를 모두 확보한 5대 원화거래소, 라이선스 갱신 수리를 마치고 정상 운영 중인 거래소, 라이선스는 갱신했으나 정상 운영에 이르지 못한 거래소, 라이선스를 보유했지만 갱신 신고를 완료하지 못한 거래소다.
정상 운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내부 지침에 따르지만 2021년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과 지난해 12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참석한 금융위 유관기관 협의회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은행연합회 평가방안에는 재무 건전성과 사업 지속성, 갱신 신고 수리 여부, 자금세탁방지(AML)와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 점검 등이 포함된다. 협의회 결과에서도 금융회사 자금세탁방지와 의심거래보고 역량 등이 강조된 점을 고려하면 내부통제 시스템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거래소 대표를 소환해 간담회를 열거나, FIU가 고강도 실사를 거쳐 갱신 신고를 수리한 사례는 당국 검증을 통과했다는 ‘신뢰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가상자산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어 주요 사업자를 초청했다. 거래소 중에서는 빗썸을 제외한 모든 원화거래소가 참석했고, 코인거래소 가운데서는 포블게이트(포블)가 자리를 함께했다. FIU의 갱신 신고 수리는 지난해 12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1년 4개월 만에 받은 이후 차례로 진행 중이다.
FIU가 가상자산사업자 규율 체계를 정교화할 경우 업계 기준 역시 함께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FIU는 지난해 말 특금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개최하고 “가상자산 이전 시 정보 제공 의무(트래블룰) 확대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해 자금세탁방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T/F 논의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