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 공포 속, 세 가지 ‘변수’…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계산법

입력 2026-01-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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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간선거에 관세 현실성 낮아, 정치적 카드 가능성 부각
현실화땐 공급망ㆍ실적 부담⋯美 팹 선투자, 협상 지렛대로

미국이 한국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겨냥해 ‘100% 관세’라는 유례없는 카드를 꺼내 들자, 국내 기업들이 긴급 시나리오 점검에 나섰다. 사실상 수출길을 막겠다는 강력한 경고에 업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간 선거를 빌미로 자국 내 투자 유치를 극대화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고도의 협상 전술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향후 전개될 치열한 수 싸움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미국 측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미국 정부의 ‘반도체 관세 100% 부과’ 방침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이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은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기의 최대 소비 시장이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집중된 서버 수요의 핵심 지역이다. 이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두 회사의 공급망과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리쇼어링(생산기지의 미국 이전)’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반도체에 대해 “100%의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 카드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관세 압박이 실제로는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민주당이 여당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지율 반등을 위해 자국우선주의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그린란드 매입 논란과 이에 반발한 국가들에 대한 관세 이슈 역시 같은 맥락에서 거론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식 관세 카드는 실제 실행보다 발언 수위가 먼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정치적 메시지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관세가 실제 부과될 경우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오히려 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또 “트럼프 관세 조치의 결말은 이른바 ‘TACO(타코, 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학습효과가 있다는 점과, 사법적 판단에 따라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타코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등을 내세워 강하게 위협했다가 금방 물러서는 것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경제 클럽에서 손짓을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미국)/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경제 클럽에서 손짓을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미국)/로이터연합뉴스)

게다가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단도 기대해볼 법하다.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정책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 중이며, 20일(현지시간) 판결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합의된 외교적 기준선 역시 변수로 거론된다. 한국 정부는 양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명시된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 원칙’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시 구체적인 적용 방식까지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향후 협상 국면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정면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선이라는 평가다.

이미 미국 내 투자를 대규모로 진행한 점 역시 향후 관세 적용 과정에서 예외를 요구할 수 있는 협상의 여지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약 37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를,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6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두 회사 모두 공장 건설 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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