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품목 관세를 확정하면서 다음 타깃은 의약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의약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상 국면을 고려해 관세 부과 계획을 잠정 연기해 왔다.
관세율이 일부 국가에 대해 15% 수준으로 확정됐음에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는 배경에는 향후 적용 범위와 예외 조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시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이 정책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미국 제약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의약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브랜드 의약품에 최대 100%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었지만 현재까지는 주요 제약사들과 약가 인하와 투자 확대를 맞바꾸는 방식의 합의가 우선되고 있다.
실제 글로벌 빅파마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약가 인하와 미국 내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조건으로 관세 면제 또는 유예를 확보했다.
애브비의 협상이 대표적이다. 애브비는 메디케이드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선진국 최저 수준의 가격을 적용하는 이른바 ‘최혜국 약가’ 정책을 수용하고, 향후 10년간 미국 내 R&D와 제조 부문에 1000억 달러(약 147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그 대가로 3년간 의약품 관세 면제 조건을 확보했다.
머크, 존슨앤드존슨(J&J), 일라이 릴리,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확대를 공개했다. 이러한 합의에 동참한 기업은 16곳에 달한다. 리제네론만이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기업도 현지 생산시설 확보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미국 생산기지를 인수했고, SK바이오팜은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를 생산 거점 후보지로 검토하는 등 현지 생산시설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중장기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비용 효율성과 글로벌 분산 생산을 중시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미국 내 투자 확대와 현지화 전략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약가 압박과 관세 리스크라는 이중 부담을 감수하느니 미국 내에서 연구개발과 생산을 강화해 정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산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최근 발간한 이슈브리핑을 통해 “최근에 발표된 반도체 품목관세율이 예상보다 크지 않아 의약품에 대한 관세율도 100%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제네릭은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바이오시밀러‧미국 소재 기업‧3년간 관세를 면제받기로 한 제약기업이 요청한 위탁생산(CMO) 의약품에 대한 적용 여부는 의약품 품목 관세 발표 이후에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