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4억 아빠 백수로…일본 챗GPT 상담 후폭풍, 한국은?

입력 2026-05-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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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자이언츠 아베 신노스케 감독이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아베 감독은 전날 저녁 장녀를 폭행한 혐의로 도쿄경시청에 체포된 뒤 사의를 표명했다. 구단에 따르면 그는 딸들 사이의 다툼을 말리던 중 장녀에게 화를 냈고, 장녀는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세 장녀는 AI 챗봇 ‘ChatGPT’의 조언을 받은 뒤 아동상담소에 연락했으며, 상담소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서 아베 감독을 체포했다. (EPA/연합뉴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아베 신노스케 감독이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아베 감독은 전날 저녁 장녀를 폭행한 혐의로 도쿄경시청에 체포된 뒤 사의를 표명했다. 구단에 따르면 그는 딸들 사이의 다툼을 말리던 중 장녀에게 화를 냈고, 장녀는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세 장녀는 AI 챗봇 ‘ChatGPT’의 조언을 받은 뒤 아동상담소에 연락했으며, 상담소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서 아베 감독을 체포했다. (EPA/연합뉴스)

딸의 첫 상담자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아베 신노스케 감독이 딸에게 폭행을 가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처음에는 ‘유명 야구인의 가정 내 물의’로 보였죠. 그러나 기자회견장에서 뜻밖의 단어가 등장했는데요. 바로 ‘챗GPT’였습니다.

아베 감독은 25일 딸에 대한 폭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가 석방됐고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요미우리 감독직에서 물러났는데요. 현장에서는 피해자로 지목된 딸의 편지도 변호사를 통해 대독 됐습니다. 딸이 아버지와 다툰 뒤 챗GPT에 상담했고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는 아동상담소를 안내받아 전화하게 됐다는 설명이었죠.

딸은 편지에서 경찰이 오는 줄 몰랐고 아버지가 연행되는 모습을 보고 울었다고 전했는데요. 일본 매체 FNN은 사건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챗GPT를 둘러싼 반응이 잇따랐다며 이번 일이 “시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FNNプライムオンライン'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FNNプライムオンライン' 캡처)

상담은 가벼웠지만, 절차는 무거웠다

아베는 단순한 감독이 아니었습니다. 요미우리에서만 19년을 뛴 원클럽맨이자, 통산 2132안타와 406홈런을 기록한 일본 프로야구 대표 ‘강타자 포수’인데요. 2012년에는 주장과 주전 포수, 4번 타자 역할을 동시에 맡아 타격왕과 타점왕, 리그 MVP에 올랐고 팀의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죠. 은퇴 뒤에도 구단을 떠나지 않고 2군 감독과 1군 코치를 거쳐 2024년 요미우리 1군 감독에 올랐습니다. 취임 첫해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끈 데다, 감독 연봉도 약 1억5000만엔(약 14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요. 선수 시절의 상징성과 지도자로서의 기대, 최고 수준의 대우가 겹쳐 있던 인물이었기에 그의 체포와 사임은 단순한 개인사 논란을 넘어 일본 스포츠계의 큰 파문으로 번졌죠.

하지만 대중의 시선을 더 오래 붙잡은 것은 ‘챗GPT 상담’이었는데요. 26일 일본 간사이TV는 딸이 챗GPT를 통해 안내받은 아동상담소가 단순한 고민 상담 창구가 아니라, 미성년자의 안전 문제가 의심될 경우 경찰 등 관계기관과 연계될 수 있는 보호 체계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딸은 익명 상담을 기대했을 수 있지만, 상담 내용이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순간 절차는 신고와 경찰 출동으로 이어졌는데요. 바로 이 지점을 챗GPT 상담의 맹점으로 꼽았죠. AI는 어디에 연락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는 있지만, 현실 절차가 어떻게 굴러갈지까지 사용자가 충분히 이해하도록 만들지는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날로그의 나라’ 일본에서 벌어진 AI 사건

이 사건이 더 낯설게 받아들여진 배경에는 일본의 이미지도 있는데요. 일본은 여전히 팩스, 도장, 종이 서류, 현금 사용 같은 아날로그 이미지가 강한 나라이기 때문이죠. 수치로 봐도 일본의 생성AI 이용률은 주요국보다 낮은 편인데요. 일본 총무성이 2025년 공개한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일본에서 생성AI를 이용해본 개인의 비율은 2024년도 기준 26.7%였습니다. 2023년도 9.1%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지만, 중국 81.2%, 미국 68.8%, 독일 59.2%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았습니다. 기업의 생성AI 활용 방침 수립 비율도 일본은 약 절반 수준으로, 중국·미국 등과 차이가 있었죠.

하지만 이것으로 일본의 현재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본리서치센터 NRC의 지난해 3월 조사에 따르면 20~69세 일본인의 생성AI 이용률은 2024년 6월 15.6%에서 2025년 3월 27.0%로 올랐는데요. 챗GPT 이용률도 같은 기간 12.3%에서 20.8%로 상승했죠. 아직 모두가 쓰는 기술은 아니지만, 불과 9개월 사이에 이용층이 빠르게 늘어난 건데요. 세대 차이도 뚜렷하죠. 20대에서 44.7%로 가장 높고, 60대에서는 15.5%로 낮았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의 AI 논란은 가족 상담에만 머물지 않았죠. 로이터는 지난해 12월, 32세 일본 여성 노구치 유리나가 챗GPT로 만든 AI 캐릭터 ‘루네 클라우스 베르두르(Lune Klaus Verdure)’와 상징적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는데요. 그는 약혼자와의 갈등을 챗GPT에 상담한 뒤 파혼했고 이후 비디오게임 캐릭터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춘 AI 인격을 만들어 정서적 관계를 맺었죠.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노트북 화면의 ‘AI’ 글자와 스마트폰 화면의 GPT 챗 애플리케이션 로고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노트북 화면의 ‘AI’ 글자와 스마트폰 화면의 GPT 챗 애플리케이션 로고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더 빠른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생성AI가 이미 빠르게 일상 속으로 들어온 상태죠. 쟁점은 낯섦보다 속도입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24년과 2025년 한국미디어패널 자료를 분석해 생성형 AI의 인지도와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는데요. 20대는 학업·업무·정보검색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고령층과 일부 비경제활동 인구에서는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죠.

주목할 점은 사용 목적입니다. KISDI는 정보검색뿐 아니라 일상적 대화 목적으로 생성AI를 이용하는 경향도 확인됐다고 분석했는데요. AI가 보고서 작성이나 번역, 요약 도구를 넘어 생활 속 말 상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앱 통계도 이를 보여주죠. 와이즈앱·리테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가장 많이 사용된 AI는 챗GPT로, 월간활성이용자 수가 2125만 명에 달했는데요. 반면 사용시간 기준으로는 캐릭터형 AI 챗봇 ‘제타’가 7362만 시간으로 챗GPT의 4828만 시간을 앞섰습니다. 이용자 규모는 챗GPT가 크지만, 체류 시간은 관계형 AI가 더 길었던 셈이죠.

세계는 이미 AI 친구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 문제는 일본과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닌데요. 미국에서는 AI 동반자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번졌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4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14세 소년이 캐릭터닷AI(Character.AI) 챗봇과 깊은 정서적 관계를 맺은 뒤 사망했고 유족은 캐릭터닷AI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유족은 챗봇이 소년에게 실제 사람이나 심리치료사처럼 인식되며 정서적으로 해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캐릭터닷AI 측은 애도를 표하며 안전 기능을 강화했다고 밝혔고 구글은 개발 관여를 부인했죠.

이 사건은 AI 논란의 중심이 저작권, 개인정보, 가짜뉴스를 넘어 정서적 의존과 플랫폼 책임 문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AI는 ‘첫 메모장’일 뿐, 책임은 사람에게

오픈 AI는 챗GPT가 잘못된 사실이나 존재하지 않는 인용·출처를 표기할 수 있다며 중요한 정보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 확인하라고 안내하는데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도 AI 시스템의 신뢰성과 책임성, 투명성, 안전성 등을 위험관리의 핵심 요소로 제시했습니다. 유네스코(UNESCO) 또한 2023년 생성AI가 교육 현장의 대응과 규제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인간 중심적 사용과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개인 사용의 기준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법률, 의료, 신고, 투자, 계약처럼 현실의 결과가 따르는 문제에서는 AI 답변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죠. 공식 자료, 전문가, 실제 기관을 통한 확인이 필요한데요. 특히 신고나 소송, 치료, 투자, 퇴사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행동은 AI 답변을 참고하더라도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죠.

이번 아베 감독 사례 또한 AI 답변이 실제 제도와 연결될 때 사용자가 그 절차와 결과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의 문제를 보여줬는데요. 최종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남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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