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법정 선 '1.4조 집안싸움'⋯한전-한수원 균열 봉합 할까

입력 2026-01-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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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전경 (연합뉴스)
▲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전경 (연합뉴스)

UAE 원전 공사비 놓고 국제 중재⋯산업장관 "국부 유출" 질타
양 기관에 전향적 해결 강력 주문⋯수출체계 개편 동상이몽
한전 "현행 협업 유지" vs 정부 "제3기관 등 원점 재검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공사비를 두고 해외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한국전력(이하 한전ㆍ모회사)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ㆍ자회사)의 불협화음이 해소될 수 있을 지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최근 원전 수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 수장이 해당 사태에 대해 “부끄러운 국부 유출”이라며 강도 높은 질책과 함께 구조 개편 카드를 꺼내 들어서다. 하지만 이들 간 입장 차가 여전해 ‘원팀’ 복원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14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8일 진행된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한전과 한수원 경영진을 향해 “국민들이 보는 눈이 매우 차갑다”며 엄중히 경고했다.

갈등의 핵은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 정산 문제다.

한수원은 설계 변경 등으로 늘어난 비용을 주계약자인 한전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전은 발주처(UAE)로부터 먼저 받아야 줄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결국 한수원은 지난해 5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한전을 제소했다. 국내 공기업끼리, 그것도 모자(母子) 기업이 국내 대형 로펌을 선임해 해외에서 법적 다툼을 벌이며 막대한 법률 비용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에 김 장관은 “영국까지 가서 국부를 유출하며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조속하고 전향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한전과 한수원으로 나뉜 기형적인 원전 수출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한전이 마케팅과 금융 조달을 맡고, 한수원이 건설과 기술 지원을 맡는 구조로 이원화돼 있다.

이로 인해 사업 구역과 역할이 중복되거나, 이번 공사비 분쟁처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특히 한전은 막대한 부채로 인해 재무 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사업 총괄’ 권한을 놓지 않으려 하고, 기술력을 보유한 한수원은 독자적인 수출 역량을 강화하려는 과정에서 주도권 다툼이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이번 갈등을 계기로 원전 수출 체계를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후속 원전 수출 시장이 열리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내부 교통정리가 늦어질 경우 ‘팀 코리아’의 수주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검토 중인 시나리오는 △독립된 제3의 수출 기관 신설 △한전 또는 한수원으로의 일원화 △기능별 명확한 분담 등 세 가지다.

하지만 당사자인 한전의 입장은 다르다. 한전은 이번 업무보고에서 “수출 체계 일원화가 아닌,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한 확장 전략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현행 이원화 구조 유지를 건의했다.

마케팅과 금융은 한전이, 건설은 한수원이 전담하는 ‘기능적 협업’을 강화하자는 논리다.

향후 사태의 향방은 산업부의 중재력과 거버넌스 개편 의지에 달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장관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질책했을 만큼 의지가 강하다”며 “부 차원에서 양 기관의 입장을 좁혀 결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양 기관이 자발적으로 소송을 취하하고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명확한 법적 판단 없이 수천억 원대의 채권·채무를 포기할 경우, 양사 경영진 모두 ‘업무상 배임’ 이슈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측이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원전 수출 산업 타당성 용역’ 결과를 명분 삼아 제3의 기구 신설이나 일원화 등 인위적인 구조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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