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새 먹거리 기대...상임대리인 통하면 해외IB잔치, 국채통합계좌 경쟁
한국 원화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국내 채권시장에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등 당국과 주요 증권사들은 매년 65조 원에서 90조 원 안팎까지 자금이 중장기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추산했다. 패시브 자금(지수를 추종해 시장 평균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수동형 자금) 성격을 감안하면 단기 이벤트성 유입이 아니라 정기적이고 구조적인 수요층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7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올해 국고채 발행 예정 규모는 225조7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의 국고채 발행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WGBI 편입은 수급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 수요가 늘어나면 국고채 금리 변동성이 줄고,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실제 자금 유입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명실 iM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당장 편입이 확정된 4월부터 11월까지 매월 10조 원 씩 80조 원의 자금이 유입될 예정”이라면서도 “다른 국가 사례를 보면 매월 N분의 1씩 들어오기도 하지만 상반기 30% 하반기 70% 하는 식으로 유입되기도 했다. 중국은 WGBI 편입 후 자금이 오히려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사지드 Z. 치노이 JP모건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지난해 말 KTB(국채) 컨퍼런스에서 “WGBI 자금은 위기 때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적일 경우에는 기대만큼 빠르게 유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상임대리인 제도 아래에서는 외국계 금융사가 사실상 시장을 독식해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해외 기관투자의 거래를 중개하고, 국내 금융사는 후선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는 구조였다. WGBI 편입으로 외국인 참여가 확대되더라도 이 경로가 고착된다면 국채 국제화의 실질적 수혜는 여전히 외국계 금융회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임원은 “잔치는 서울에서 벌어지는데 즐기는 곳은 글로벌IB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채통합계좌 도입을 두고 업계에서는 상임대리인 중심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첫 제도적 시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외국인 자금 유입 통로가 다변화되면서 국내 증권사와 은행이 직접 글로벌 투자자와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활발히 추진 중인 곳은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으로 알려졌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외환시장을 기반으로 채권 분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제도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통하는 네트워크와 트랙레코드, 외환·결제·리스크 관리 역량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WGBI 편입은 계좌 개설, 결제, 담보 관리까지 묶어 제공하는 운영 인프라 경쟁”이라고 평가했다. 앞선 익명의 업계 임원도 “고객 대응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 매니지먼트 지원도 중요하다. 당국 역시 정보 등에서 국내사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진 미쓰비시 UFJ 수석 펀드매니저 또한 “외국인 투자자와의 거래 경험을 적극적으로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투자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서비스 수준을 글로벌 관행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정보 제공도 필수적”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국채에 그치지 않고 정부기관채·회사채·외환 등 다른 자산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가능성도 크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