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주택 공급이 올해의 절반 수준까지 급감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공급 절벽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추가 주택 공급 대책은 연내 발표가 무산됐고, 정책 실행의 핵심 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장 공백까지 장기화되면서 시장 불안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30~50%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R114는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2만9195가구로 추산해 올해(4만2577가구) 대비 3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감소 폭을 더 크게 봤다. 직방은 내년 입주 물량이 1만6412가구에 그쳐 올해보다 48% 줄어들 것으로 분석해 ‘공급 절벽’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서울 집값이 4.2%, 수도권은 2.5% 오를 것이란 전망을 최근 내놨다. 전세 역시 서울은 4.7%, 수도권은 3.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내년 수도권 집값이 2% 안팎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런 집값 상승은 올해에 이어 내년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매물 잠김 효과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주택 공급량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만 집값 상승세를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우려에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더딘 실정이다. 올해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 상승세를 꺾는 데 실패한 상황 속, 당초 연내 발표를 예고했던 추가 주택 공급 대책마저 내년 초로 미뤘다. 공급 위기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정책 결단이 번번이 늦춰지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정부와 여당은 추가 대책에 시·군·구별 공급 계획과 유휴부지 활용, 도심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시와의 이견, 주민 반발 등 변수를 이유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여전히 조율 단계에 머물러 있다. 주요 지역 공급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내년 수도권 공공분양 물량도 도심 선호지보다는 경기와 인천에 몰리며 서울 수요 분산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 정책을 총괄해야 할 컨트롤타워 부재도 문제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LH 직접 시행 확대와 조직 개편을 강조했지만, 이한준 전 사장의 사표가 10월 말 수리된 이후 자리는 두 달 가까이 공석이다. 내부 인사 승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정치권 인사를 포함한 재공모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며 인선은 더욱 늦어지고 있다. 또한 정책 설명에 필수인 국토부 대변인 자리 역시 두달째 공석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심 공급 확대는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과제이고, 연말에 정책을 발표하면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정부가 시기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휴부지 활용이나 신도시 중심의 공급 메시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쉽지 않더라도 도심 내 공급을 실질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정책 효과가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