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국내 비만치료제 연구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개발을 완주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 개발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허가 심사에 도전해, 1호 국산 비만 신약을 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 오토인젝터주’가 식약처의 허가 심사를 받게 되면서 새해에는 국산 비만 신약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달 17일 해당 후보물질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어, 이른 시일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유사한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치료제다. 한미약품은 한국인 4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3상에서 투약 40주차에 최대 30%에 이르는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해당 임상은 64주차까지 투약 후 관찰이 진행되는 과제지만, 한미약품은 연내 허가신청 계획을 고려해 최근 40주차 중간 톱라인 데이터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시중에는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각각 처방되고 있어, 후발주자로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마운자로는 올해 8월 국내 출시된 GIP(위 억제성 폴리펩타이드)·GLP-1 이중작용 기전의 비만치료제다. 위고비는 청소년 대상 적응증을 확보했으며, 마운자로는 체중 감소 효과가 높다는 특징이 각각 강점으로 꼽힌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장관 부작용이 낮다는 강점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3상에 참여한 448명 가운데 40주 시점에서 이상사례 발현율은 메스꺼움 16.72%, 구토 11.71%, 설사 17.73%로 나타났다. 위고비의 경우 68주의 임상 기간 오심은 43.9%, 설사는 29.7%, 구토는 24.5%의 환자에서 나타났다. 부작용 위험이 낮을수록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높아져 장기적인 체중 관리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경쟁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경기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해 전량 해외 생산·수입되는 위고비와 마운자로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마운자로는 2.5㎎ 제품 기준 출고가가 27만8000원이며, 위고비는 모든 용량을 37만2000원으로 공급하다가 마운자로 출시 이후 최저 용량인 0.25㎎ 제품 기준 출고가를 20만 원대로 인하했다. 또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만큼, 수입 의약품에 빈번히 발생하는 공급부족 및 품절 문제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내년 하반기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국내 출시한다는 목표다. 또한 비만 및 대사질환 분야 후속 파이프라인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7321’은 앞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으며, 2031년을 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다.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는 7월 FDA에 임상 2상 진입을 위한 IND를 제출해 승인받았으며, 2030년 상용화가 목표다.
비만치료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 이후 국내 시장에 삼파전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모두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정확한 처방량을 집계할 수 없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도별 및 월별 위고비 DUR 점검 처방전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한 위고비 처방전 수는 39만5379건에 달했다. 마운자로는 출시 처음 한 달 동안에만 1만8579건이 처방된 것으로 파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