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형성된 팬덤에서는 이른바 ‘2차 창작’이라 불리는 팬아트와 팬픽션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는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최근 SNS와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로 그 규모가 눈에 띄게 커졌다. 이를 둘러싼 금전 거래 역시 점차 일상화되는 모습이다.
팬 창작물은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팬 창작물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이에 맞춰 굿즈 제작·판매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나 디지털 창작물을 유료로 유통하는 서비스도 다수 등장했다. 다만 시장이 커질수록 이러한 흐름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특히 저작권 침해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법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화하는 등 방식으로 제작한 ‘2차적 저작물’을 작성·이용할 권리를 저작권자에게 귀속시키고 있다(저작권법 제5조, 제22조).
원작의 캐릭터나 스토리, 설정, 세계관 등을 활용한 팬 창작물은 원칙적으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팬 창작물을 작성·이용하는 행위는 금전 거래 여부, 규모 등과 관계없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수많은 팬 창작물이 특별한 문제 없이 제작·공유되고 있다. 팬 창작물이 원작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저작권자들은 일일이 침해 여부를 문제 삼지 않는다. 오히려 팬 창작물이 원작의 인지도를 높이고 팬덤을 활성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고 보는 경우도 많다.
우리 저작권법에는 ‘공정 이용(Fair Use)’이라는 예외 규정도 존재한다.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이용을 허용하는 제도다(저작권법 제35조의5 제1항). 이에 따라 취미 수준의 개인적·소규모 팬 창작 활동은 공정 이용으로 평가돼 법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언제나 그 ‘선을 넘는 순간’에 발생한다. 개인적 취미의 범위를 벗어나 대규모로 팬 창작물을 활용한 굿즈를 제작·판매하는 등 영리성이 뚜렷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저작권자로서도 이를 방치하기 어려워 실제 법적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팬의 입장에서 이러한 경계를 스스로 명확히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저작권자 측에서 팬 창작물의 허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한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게임사를 중심으로 출판사나 애니메이션 제작사 등에서도 가이드라인 마련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들 가이드라인은 대체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 창출, 공식 로고 사용, 원작 이미지의 심각한 훼손 등을 제한하는 정도에서 팬 창작물의 작성과 이용을 허가하고 있다. 결국 팬 창작물을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저작권자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범위 내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 강예은 변호사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공정 이용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정도의 행위는 언제든지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팬심만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운 선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움]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 방송, 공연, 매니지먼트, 웹툰, 출판, 캐릭터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자문과 소송을 수행해 왔다. 콘텐츠 산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 ABLJ(Asia Business Law Journal)이 선정한 ‘한국 최고 로펌’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