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비 전출·반환돼도 위법성 해소 안 돼"

교비회계를 사적 소송비용에 사용해 벌금형이 확정된 사립대 총장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는 정당하지만,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이사장까지 함께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영민 부장판사)는 최근 이인수 전 수원대학교 총장과 최서원 전 수원대 이사장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전 총장의 청구는 기각하고, 최 전 이사장의 청구는 받아들였다.
교육부는 2022년 4월 두 사람에 대해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렸고, 이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총장은 교수 재임용 소송, 직원 해고 무효확인 소송, 명예훼손 고소 사건과 관련한 소송비용 등 약 7500만 원을 법인회계가 아닌 교비회계에서 집행한 혐의로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이 인정돼 벌금 1000만 원이 확정됐다.
이 전 총장은 재판에서 교비회계로 지출 가능한 소송비용의 범위가 불명확하고, 해당 비용이 이미 회수됐다는 점을 들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립학교법은 교비회계의 세출에 해당하는 경우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소송비용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에 해당하지 않아 교비회계에서 부담할 비용이 아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송비용이 법인회계에서 교비회계로 다시 전출됐더라도, 회계 및 재산관리에 있어 현저히 부당한 행위가 상당 기간 반복돼 온 점 등에 비춰 보면 반환 조치가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됐다. 이 전 총장은 대학 내 입점 업체 임대료를 기부금 방식으로 재단 계좌에 받아 수원대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는데, 최 전 이사장은 이 과정에 공모했다는 혐의로 수사받았으나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재판부는 "조사결과 처분서에는 최 전 이사장이 임대료를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회계로 세입 조치했다는 내용만 기재돼 있을 뿐, 이 전 총장의 범행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며 "기소유예 결정에서도 임대료 일부를 기부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과정에 어떤 관여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최 전 이사장이 기부금을 법인회계로 수입하는 것과 관련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는 등으로 관여했거나 이를 인식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이 전 총장과 공모해 배임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교육부의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