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경제공작회의 앞두고 핵심 방침 결정
적극적 재정·완화적 통화 기조도 재확인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수 진작’을 제시했지만 경기 부양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시사했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 주재로 열린 공산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 정치국 회의는 내수를 핵심 동력으로 삼아 강력한 국내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또한 공식 발표문에서 ‘신(新)생산력’ 육성도 함께 강조해, 일부 핵심 제조업 분야에서 강도 높은 생산 억제 조치는 최소한 당분간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도부는 아울러 ‘교차 경기 조정’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장기적 정책 운용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정치국 회의 발표문에 해당 용어가 등장한 것은 202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기존의 ‘적극적 재정’과 ‘완화적 통화’ 기조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BNP파리바의 재클린 롱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인 기조는 수요를 자극하면서도 공급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중국은 재정·통화 정책 완화를 추진하면서도 부채 지속 가능성 같은 위험 요인을 함께 관리하려는 균형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 정책 방향은 완만한 수준의 점진적 완화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중국 본토 대표 주가지수인 CSI300지수는 장중 1.2%까지 올랐다가 상승 폭을 줄였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주식을 종합한 홍콩H지수는 1.3% 하락 마감했다. 역외 위안화 환율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지도부의 내수 강화 방침은 최근 투자 급감으로 경기 모멘텀이 둔화된 상황과 맞물려 나왔다. 미국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선전하며 올해 무역수지는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468조 원)를 넘어섰지만, 유럽 등에서는 중국에 경제구조 재균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견조한 수출 덕분에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약 5% 달성에는 큰 무리 없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지도부가 정책 기조를 급격히 전환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싱자오펑 중국 수석 전략가는 “이번 발표는 내년 소비 중심의 점진적이고 온건한 부양책이 시행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내년 1분기에 지급준비율(RRR)을 인하하고 2분기 중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12월 정치국 회의는 이후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의 기조를 정하는 성격을 띤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정치국 인사뿐 아니라 각 부처 장관, 성(省) 지도자, 국유기업 수장들이 참석해 다음 해 정책 방향의 세부 내용을 확정하며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구체적인 성장률 목표나 재정적자 규모 같은 수치는 내년 3월 초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 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의 허웨이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는 기존 정책 기조의 연속성을 확인한 성격이 강하다”며 “현재로선 대대적인 노선 수정이 필요 없는 상황이고 특별한 ‘깜짝 변화’도 없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들은 내년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반면, 소비는 최근 수년 중 가장 약한 흐름에서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로 대미국 수출이 위축된 이후 중국산 제품이 다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며 글로벌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시행된 미국과의 무역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중국 제조업은 여전히 산업별 고율 관세라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다.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경기 부양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6월 이후 노후 차량 교체 보조금 효과가 약화되면서 소비 증가세는 둔화됐다. 내구재 수요가 식어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서비스 부문을 차기 소비 활성화 핵심 분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치국 발표문에서는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금융 부문 리스크를 의미하는 ‘핵심 분야 위험 예방 및 해소’가 2026년 8대 정책 과제 목록에서 하위로 세 단계 내려갔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딩솽 중화권 및 북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정책 당국이 위험 관리에서 일정 수준의 진전을 이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더 많은 재정 자원이 사회 지출과 인프라 투자 확대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