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0억불 상한' 관철⋯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 [APEC 순간들]

입력 2025-11-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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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車관세 인하·'대만 수준' 반도체 관세 기대
일본보다 '선방'⋯불확실성 상당 부분 해소

장기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 협상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극적으로 타결됐다.

총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對)미국 투자 방안 중 최대 쟁점이었던 현금 투자 규모를 2000억 달러로 하되,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하는 데 양국이 합의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구상했던 '5% 이내 현금 투자'와는 거리가 있지만, '백지수표'를 요구하던 미국을 상대로 연간 상한선을 관철하며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한미 정부는 지난달 29일 경주 정상회담 계기에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지분) 투자로 하되, 연간 투자 상한을 최대 200억 달러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투자 방안에 합의했다.

올해 7월 말 큰 틀의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약 3개월 만에 세부 사항의 후속협의가 극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당초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중 5% 내외만 현금으로 투자하고 나머지는 보증으로 채우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과의 선행 합의를 내세워 사실상의 '백지수표'식 투자 양해각서(MOU)를 요구하며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경제 규모나 통화 위상을 고려할 때 일본식 투자안은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재명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며 레드라인을 그었고 , 정부는 '배수진'을 치고 협상에 임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까지도 미국은 '8년간 매해 250억 달러'를 고수했지만 , 결국 돌파구는 양국 통상 수장의 '핫라인'에서 열렸다.

방한 당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전용기 안에서 스마트폰 '문자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이 "연 200억 달러 이상은 불가"라는 최후통첩을 보냈고, 러트닉 장관이 이를 수용하면서 정상회담 직전 전격 타결됐다.

이번 합의로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중 2000억 달러(연 최대 200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할당하게 됐다.

이는 총 5500억 달러를 2029년 1월까지 투자해야 하는 일본의 사례와 비교할 때 여러 면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연간 상한액(200억 달러) 외에 총 투자 기간에는 별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또한 1500억 달러 규모의 마스가 투자는 한국 조선사의 직접 투자와 금융기관 보증 등 한국 주도로 진행돼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부담을 덜었다.

뿐만 아니라 '원리금 회수가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적인 프로젝트만 추진한다'는 조항과 프로젝트별 한일 기업의 '우선 참여권' 보장 등 일본과의 MOU에는 없던 유리한 조건들도 추가됐다.

또한 한미 관세 협상 합의가 최종 결정되면 당장 경쟁 상대인 일본, 유럽연합(EU)보다 지연되던 자동차 관세 인하(25→15%)가 가시권에 들게 되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관세도 경쟁 상대인 대만보다는 불리하지는 않게 된다.

물론 2000억 달러는 2026년도 예산안의 약 40%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으로, 장기적인 재정 부담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타결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통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곽범국 이투데이 자문위원(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이번 타결로 우리 경체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수출 환경을 둘러싼 안개가 걷히면서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영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역시 "대미 투자 금액을 연 200억 달러로 낮춘 것은 부담을 크게 줄인 것으로, 일본과 비교해 고무적"이라며 "미국이 한미 FTA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어서 아쉬움이 있지만 트럼프 시대에 우리가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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