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소 방침…"증거 보강 없인 뒤집기 어려워"

SM엔터테인먼트(SM)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검찰의 15년 구형에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 전반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전면 배척한 데 더해, 별건 수사 방식까지 문제 삼자 "당초 무리한 기소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2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강호중 전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SM 인수전 당시 김 창업자 등이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해 장내에서 주가를 공개매수가(12만 원)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시세를 '고정'했다며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시세조종 목적도 없었고 매수 비율, 간격 등을 봤을 때 매매 양태 역시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사실을 일축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핵심 증거였던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전 부문장이 별건 수사와 배우자 수사 압박 속에서 진술을 번복한 점을 문제 삼으며, "피의자를 압박해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지양해야 한다"고까지 언급했다.
이 같은 재판부 판단이 알려지자 법조계에서는 "증거도 빈약한 상황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시세조종 혐의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김 창업자는 수사 과정에서 구속되기까지 했던 만큼, 무죄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구속됐던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구속까지 하고도 무죄가 나왔다면 수사가 실패했거나 공소 유지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 창업자의 시세조종 지시 정황으로 제시한 '브라이언(김범수)이 평화적으로 가져오라'는 통화 녹음 역시 증거로서의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그 한마디가 지시 정황의 전부라면 근거가 빈약한 것"이라며 "일반 시세조종 사건이었다면, 그 한 문장만으로 공범이나 지시자로 인정하기는 무리였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시세조종 사건에서 고의성은 정황, 관련자들 진술, 내부 문건 등으로 뒷받침돼야 입증이 가능한데, 이번 사건은 그런 보강 증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재판부는 "검찰은 배재현과 강호중의 통화에서 해당 표현이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김 창업자가 (시세조종을) 은밀히 지시했다고 주장하지만, 투자 테이블 참여자 중 누구도 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얘기하지 않았다"며 "김 창업자가 SM 인수에 소극적이었고 장내 매수에도 반대했던 정황을 종합하면, 이 발언은 하이브와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정리하라는 취지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원아시아 공모를 입증할 증거는 사실상 이 전 부문장 진술뿐'이라고 적시한 대목도 논란의 핵심이다. 검찰 출신 모 변호사는 "시세조종 공모를 입증할 물적·객관적 증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진술 하나만으로 기소를 밀어붙였다면 무리한 기소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별건 수사 압박이 개입된 진술이라면 더더욱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전망에 대해서도 대체로 회의적이다. 이 변호사는 "법원이 유일한 증거라고 밝히고 진술 배척 이유까지 상세히 설명한 상황에서 항소를 하더라도 설득력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검찰이 (증거를) 보강하지 않으면 똑같은 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1심 판결 중 진술 압박 등을 지적한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