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납세자는 억울하고 허탈하다

입력 2025-10-2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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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국민세금 허투루 쓰여선 안되는데
사회지도층 부당행태 너무나 많아
기업 뛰게 할 법인세 인하도 ‘요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세금과 죽음이라고 한다. 죽음만큼 세금은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세금을 걷는 세리(稅吏)를 좋은 사람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국세청 공무원이라고 세금을 내는 심정이 마냥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대부분 사람들은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면 기한 내에 납부하려고 한다. 자발성이 내면에 자리잡은 까닭이다.

물론 제때 내지 않으면 더 큰 제재가 일어난다는 두려움도 자발성을 유발하는 큰 요인일 것이다. 어쨌든 납세는 국민의 의무 중 하나가 됐다.

두려움과 의무감이 뒤섞여 납부하는 세금인데 좀 더 잘 써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로서의 자부심이 생긴다. 세금 많이 냈다고 훈장을 주고 떠들썩하게 홍보해 주는 것보다는 납세자로서의 자부심이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세금을 걷는 데는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낸 세금이 잘 쓰이기를 바란다.

생활이 어려운 이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꼭 필요한 전기 수도가 잘 공급되고,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사회가 안전하게 유지되면 참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납세자로서의 자부심은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잘 써야 한다. 세금 내는 이가 억울하지 않도록, 세금을 왜 내야지 하는 회의가 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런데 세금이 너무 허투루 쓰인다. 지난 국회서 윤미향 의원의 재판은 임기 내내 계속됐다. 그리고 의원직 상실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임기가 끝나 버렸다. 범법자를 위해 4년 내내 세비를 줬다. 우리 세금에서 나간 돈이다. 내 돈 같았으면 그리 뒀을까?

석유공사는 과장되고 부풀린 동해 심해 유전 개발에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써 거의 자본 잠식 상태가 됐다. 그런데도 임원들에게는 성과급이 지급됐다. 공기업이라지만 너무했다. 그 돈이 모두 우리 세금에서 나간 것이다. 억울하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을 만나 회계공시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회계공시는 정부가 국가보조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보조금이 없는 중소기업도 결산을 공개하는데 정부보조금이 투입되는 공익법인이 회계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더구나 올해 상반기 기준 노조의 회계공시 참여율은 89.1%에 달했다. 결국 국민 세금을 가져다 쓰는 지도부의 쓰임새를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에 더 많은 보조금을 요구했다. 모두 우리가 낸 세금이다. 아깝기 그지없다.

장관 등 고위직 인사의 청문회를 보면 맥이 빠진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청문회를 앞두고서야 몇 년에 걸쳐 체납된 종합소득세를 납부했다. 배우자도 마찬가지. 평소 국민의 의무는 소홀히 하다가 공직은 탐이 나서 세금을 낸 것 같다. 만성적 세금 체납으로 부동산까지 압류당한 사람이 공정거래위원장을 맡는 것은 성실한 납세자에 대한 모욕이다. 허탈했다.

쓰는 것 못지않게 세금을 거두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공정하고 평등해야 한다. 그래야 정의롭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여섯 번째로 높다.

그런데도 실효세율은 서른 번째에 달할 정도로 낮다. 2023년 우리나라 근로자 2085만 명 가운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가 전체의 33%에 이른다. 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31.6%를 벌었는데 전체 소득세의 72.2%를 부담했다. 중하위 소득자를 중심으로 면세자가 워낙 많은 탓이다. 그런데도 국회에는 면세자를 만드는 달콤한 법률이 잔뜩 준비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법인 105만8499곳 중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기업이 57만1293곳으로 전체의 54%에 이른다. 법인세도 소득세와 같이 불균형이 심하다. 상위 0.1%인 1058곳이 전체 법인세의 59.3%를 냈고 상위 10%의 비중은 96.1%까지 달했다. 국내법인 열 곳 중 한 곳이 우리나라 법인세를 거의 다 내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법인세율을 대폭 낮춰 세수를 끌어 올린 나라를 좀 쳐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법인세율이 15%(우리나라 26.4%)에 불과한 아일랜드는 지난해 법인세 수입이 10년 전보다 8배나 늘었다고 한다. 낮은 세율로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몰려온 덕분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계속해서 법인세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 잘 거두지도, 잘 쓰지도 못하는 세정의 끝이 어디로 튈까? 생각만 해도 안타깝고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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