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농지 훼손·농가소득 역효과 우려도…“이익공유·농업기능 보전 병행돼야”

정부가 농업진흥지역 내 영농형태양광 설치를 허용하고, 사업기간을 최대 23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규제개혁의 일환이지만, 농가 수익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현장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영농형태양광 활성화가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 판매와 농작물 재배를 병행하는 형태의 발전사업이다. 농민이 직접 발전사업자로 참여하거나, 지역 협동조합을 통해 주민이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농지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농가에 추가소득을 가져다주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현재 영농형태양광은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에만 설치가 가능하고 사용 기간도 8년에 불과해 사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된 농업진흥지역에서도 설치를 허용하고,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기간을 최대 23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사업기간이 짧아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다.
또 지역별로 제각각인 태양광 패널 이격거리를 통일하고, 영농 없이 전력 판매만 하는 사업자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영농형태양광 보급 확산 로드맵’을 마련해 제도 개선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특히 마을협동조합 등 지역 법인도 발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영농형태양광 특별법’을 연내 제정할 예정이다. 주민이 사업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지역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으면 갈등이 생긴다”며 “혜택을 주민들이 나눌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가 농가 소득으로 직결되기 위해선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량농지가 많은 농업진흥지역까지 태양광 설치를 허용할 경우 농업생산 기반이 약화될 수 있고, 임차료 상승 등으로 실경작 농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태양광 패널이 논밭을 덮는 방식으로 설치될 경우 농촌 경관 훼손과 지역사회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종익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영농형 태양광 주요 논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가의 부가소득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며 “농업인의 참여와 수익 배분이 보장될 수 있는 사업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조치의 관건은 제도 완화가 실질적인 농가 수익 구조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영농을 병행하는 농민에게 일정 비율의 발전수익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농지 복구·경관 관리 등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농업생산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지역사회와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