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가 주사 비만치료제가 시장을 휩쓰는 가운데 투약과 보관이 더욱 편리한 비만치료제가 곧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약과 패치 형태 제품들이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등 주사형 비만치료제를 개발·공급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알약 형태의 경구용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침습적인 주사와 달리 알약은 복용이 간편하고 장소에 제약이 없다. 주사제는 얼지 않는 일정 온도에서 냉장 보관해야 하지만, 알약은 상온 보관할 수 있다. 현재까지 체중 감량을 위해 승인된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약물은 없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달 기존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성분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효과를 확인한 임상 3상인 ‘OASIS 4’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64주간의 임상시험에서 당뇨병이 없고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하나 이상 있는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 30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64주차에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5㎎을 복용한 사람들은 평균 16.6%의 체중 감소를 달성한 반면 위약은 2.7% 감소했다. 위장관 부작용은 일시적이고 대부분 심하지 않았으며,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과 구토였다.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위고비에 대한 신약 신청서(NDA)를 제출했다. 올해 4분기 중으로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릴리 역시 경구용 당뇨병·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을 개발 중이다. 회사는 오포글리프론(12㎎·36㎎)과 경구 세마글루타이드(7㎎·14㎎)를 비교해 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를 평가하는 임상 3상 ‘ACHIEVE-3’ 연구를 52주간 진행한 바 있다.
최근 공개된 연구결과, 오포글리프론 36㎎ 용량 투여 시 당화혈색소(HbA1c) 2.2% 감소를 보였다. 반면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14㎎은 1.4% 감소했다. 체중은 오포글리프론 36㎎ 투여군 평균 9.2% 감량(19.7 파운드)해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14㎎ 투여군 평균 5.3% 감량(11파운드) 대비 73.6%의 상대적 개선 효과를 보였다.

국내 기업들도 새로운 제형의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과 일동제약 등이 임상에 도전하며 주목을 받는다.
대웅제약은 이달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세마글루타이드를 패치로 붙이는 방식의 ‘DWRX5003’에 대한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패치를 주 1회 피부에 부착하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으로 구성된 미세바늘이 녹아 약물을 피부 진피층으로 직접 전달하는 원리다.
이번 1상을 통해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평가하고, 노보노디스크의 비만·당뇨 치료 주사제 ‘오젬픽’과 위고비 대비 상대적 생체이용률을 확인한다는 목표다.
일동제약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경구용 비만치료제 ‘ID110521156’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1상 톱라인 결과를 지난달 공개했다. 1상은 단회 투여 후 단계적 증량(SAD) 시험과 반복 투여 후 단계적 증량(MAD) 시험 두 단계로 설계됐다.
SAD 연구에서는 반복 투여 시 약물의 체내 축적성이 없고 식이 영향을 받지 않는 등 1일 1회 경구 투여 용법에 적합한 약동학적 특성이 나타났다. MAD 연구에서는 건강한 성인 36명 가운데 50㎎과 100㎎ 투여군에서 4주 평균 각각 5.5%와 6.9%의 체중 감소 효능이 나타났다. 200㎎ 투여군은 평균 9.9%, 최대 13.8%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일동제약은 내년 ID110521156의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후속 개발 작업을 추진하고,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등 상용화와 관련한 파트너링도 논의하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매출은 2023년 67억 달러(약 9조5200억 원)를 기록했다. 해당 시장은 연평균 48.4% 성장해 2028년까지 480억 달러(약 68조2030억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