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로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해온 덴마크 제약기업 노보노디스크가 성장 둔화에 직면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경쟁사 일라이 릴리의 공격적인 시장 확장에 밀리고 있고 내부 파이프라인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제약바이오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인슐린분비자극펩타이드(GIP) 보조 작용제인 ‘NNC0519-0130’과 칸나비노이드1(CB1) 수용체 차단제 ‘INV-347’ 등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2종 개발을 전격 중단했다. 회사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핵심 전략 품목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NNC0519-0130은 주 1회 투여하는 GLP-1/GIP 이중작용제로 올해 6월 임상 2상에서 체중 감소와 관련된 1차 유효성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바 있다고 발표했다. 2023년 인버사고(Inversago) 인수의 일환으로 확보한 CB1 수용체 표적치료제 INV-347 역시 올해 5월 임상 1상 연구를 완료했고, 안전하고 내약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두 파이프라인 모두 상업적 경쟁력 측면에서 추가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실적이 늘고 있지만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성장 전망치를 최근 낮췄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은 768억6000만 크로네(약 16조2140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 시장 컨센서스(전망치)인 766억 크로네(약 16조5578억 원)보다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위고비의 매출은 67% 증가한 195억3000만 크로네(약 4조2216억 원)로 집계됐다. 상반기 전체 매출은 1549억 크로네(약 33조4831억 원)로 작년 상반기보다 16% 늘었다.
하지만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 격화 등의 이유로 올해 매출 성장률 8~14%, 영업이익 성장률 10~16%로 낮춰서 전망했다. 앞서 올해 5월에는 13~21% 매출 성장률, 16~24%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예상한 바 있다.
경영진도 교체했다. 올해 5월 라스 푸르에고르 요르겐센(Lars Fruergaard Jørgensen)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돌연 사임을 밝힌 뒤 공석이었으나 마지어 마이크 도우스다르(Maziar Mike Doustdar) 신임 CEO를 내정해 7일(현지시간) 임명했다. 도우스다르 신임 CEO는 30년 이상 노보노디스크에 몸담은 내부 승진인사로 조직 운영과 해외사업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그가 ‘성장 둔화 속에서 조직을 재정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할 적임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노보노디스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외부 변수는 단연 일라이 릴리의 약진이다. 릴리는 GLP-1/GIP 이중작용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를 앞세워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특히 위고비보다 높은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보험 적용과 유통채널 측면에서 릴리가 더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미국 시장에서는 GLP-1 계열 복합약물(compounded GLP-1s)이 불법으로 대거 유통되는 것도 노보노디스크의 실적 둔화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130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복제약의 유통을 억제해 달라는 요청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노보노디스크가 구조조정을 통해 위고비 등 핵심 품목에 집중하면서 제품력과 공급 안정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파이프라인의 다양성이 줄어들며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국내에선 8월 비만치료제로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본격적으로 맞붙을 예정이다. 현재 위고비는 국내 비만약 시장 점유율 73.1%를 차지하고 있다. 이달 중 마운자로가 국내에서 출시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마운자로가 이미 위고비를 앞서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마운자로(미국 제품명 젭바운드)의 미국 비만약 시장 점유율은 53.3%로 위고비의 점유율 46.1%를 앞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