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대만에 반도체 절반은 미국에서 생산하자고 압박했다고 CNBC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트닉은 앞서 지난달 28일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대만이 반도체 생산의 50대 50 분할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대만은 세계 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반도체 생산력은 세계 최대이자 가장 진보한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기반하고 있다. TSMC는 엔비디아와 애플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핵심 칩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대만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에서의 핵심적 위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지켜주는 ‘실리콘 방패’로 여겨진다.
러트닉은 "나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제조를 대대적으로 국내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내가 대만에 제안한 아이디어는 50대 50 체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가 절반을 만들고, 대만이 절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말까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을 약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5000억 달러 이상의 국내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트닉은 대만이 미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점이 우려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러트닉은 “대만이 생산의 95%를 차지한다면, 내가 어떻게 그것을 지켜줄 수 있겠는가? 비행기에 실을 건가? 배에 실을 건가?"라고 반문하면서 "반도체 생산이 미국과 대만 사이에서 보다 균형 있게 분산될 때 대만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러트닉은 "50대 50 계획 하에서도 미국은 여전히 근본적으로 대만에 의존하게 되겠지만, 필요하다면 자체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트닉의 발언은 대만 방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조건부로 만들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작년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의 방위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빼앗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미국은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였으나, 산업 변화와 TSMC, 삼성 같은 아시아 거대 기업의 부상으로 시장 점유율을 잃었다.
러트닉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 대만 측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정리쥔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격)은 1일 미국에서의 협상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항에서 취재진에게 "이번 5차 협사에서 협상팀은 반도체 생산을 5대 5로 나누는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으며, 미국 측 제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