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튬 필요성도 강조
“군용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서 성장 동력 발견해야“

중국에 밀린 한국 이차전지 산업,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차전지 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 아니라 성장기에 있는 만큼, 아직 역전 기회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산업은 그동안 전기차(EV)에 의존해 성장해왔지만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이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1일부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역할을 해온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 세액공제가 공식 폐지됐다. 당초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7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EV 수요 둔화가 불가피해지자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올랐다. ESS 시장은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성장 흐름을 탄 상태다. SNE리서치는 2023년 185GWh였던 글로벌 ESS 수요가 2035년 1232GWh로 6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ESS 시장은 전기차 수요 약 34% 수준까지 성장했다. 탄소중립 기조 속에서 ESS는 전기차 시장에 버금가는 대규모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3사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청정에너지 전시회 ‘RE+ 2025’에서 ESS 신제품을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스톱 ESS 솔루션을 주제로, 북미 시장에 특화된 'JF2 AC/DC LINK 시스템(LFP 기반)'을 전시했다. 삼성SDI는 '올 아메리칸, 프루븐 & 레디'를 주제로 전력용 ESS 설루션인 삼성배터리박스(SBB)의 신제품 SBB 1.7과 SBB 2.0을 공개했다. 전기차 라인 일부를 ESS 생산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차전지 소재도 계속 변화 중이다. 리튬 가격은 지난 수년간 급등락을 반복하며 배터리 가격 변동성을 키웠다. 리튬 배터리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에게 공급망 독립성을 높이는 ‘탈(脫)리튬’ 기반 기술이 장기적으로 중요한 선택지로 떠오른다. 대안으로는 전고체 전지, 나트륨 전지 등이 제시된다. 또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분명히 있는 군용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 등 차세대 유망 분야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성장 동력을 발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간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양산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확대해 휴머노이드용 고성능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국내 생산량이 과잉이라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수입 제품까지 유입되면서 산업이 붕괴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다. 반면 이차전지는 공급과잉이 심하지 않고 중국에서도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어서 수년 내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전기차용 배터리에만 너무 집중한다면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을 앞설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많지 않다”며 “미래 수요를 반영한 차세대 유망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