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중대 재해 근절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건설사 최고 경영자(CEO)들이 국감에 대거 불려 나가게 됐기 때문이다.
2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다음 달 13일 열리는 국정감사에 주요 건설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와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등이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서도 건설사 CEO가 국감에 출석한 사례가 있으나 이번처럼 많이 소환된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와 국회가 중대 재해 근절을 강조하고 처벌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서도 사고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현장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강경 발언을 잇달아 내놨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건설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국회는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의 3% 과징금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을 비롯해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최근 25건에 달하는 건설 관련 규제 강화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반복되는 건설현장의 중대 재해에 대한 강도 높은 질의와 문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건설현장에서는 중대 재해가 이어지고 있다. 2월 현대엔지니어링의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로 노동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3월에도 2건의 인명사고가 발생해 주택·인프라 수주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4월에는 포스코이앤씨의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 현장 터널 붕괴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이를 포함해 올해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4명이다. 포스코이앤씨는 반복된 사고로 대표이사가 교체됐고 전국 사업장의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GS건설 등에서도 중대 재해가 있었다.
국회 국토위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자는 총 113명이다. 매년 22명 정도가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사고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보다 강경한 태도를 갖고 있는 데다 사고 소식도 계속 전해지고 있어 긴장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국감에서 너무 나쁜 이미지만 두드러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CEO를 소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CEO 여러 명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망신을 주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국감에서의 질타를 넘어 최고안전경영책임자, 실무자 등과 더 적극적인 사고 예방 방안 마련에 나섰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