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자금 낼 바에 관세 내라던 미국 학자 “최대한 모호하게 합의” 추가 조언

입력 2025-09-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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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 CEPR 공동 창립자 본지 인터뷰
“관세 인하돼도 일시적인 것으로 봐야
합의 준수 여부보다 트럼프 생각이 더 중요
인도 50% 폭탄관세, 이면에는 노벨상 갈등”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미국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금으로 내는 것보다 관세 25%를 내는 게 한국에 덜 충격이라고 주장했던 미국 학자가 미국과 합의하더라도 최대한 모호성을 유지하라는 조언을 전해왔다. 합의 이행 여부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의 관계 설정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16일 미국 진보 성향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딘 베이커 선임 경제학자 겸 공동 창립자는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베이커는 ‘대미 투자 약속을 취소하면 더 높은 관세율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본지 지적에 “한국이 트럼프를 분노하게 할 어떠한 행동이라도 한다면 그는 관세를 인상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다”며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수준의 관세에 합의하더라도 그것이 대통령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백지수표식 일방 투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국은 관세가 인하돼도 일시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관세를 다시 올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대가로 터무니없는 새로운 요구를 내걸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선 투자 계획을 엎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베이커는 차선책을 묻는 말에 “한국이 가능한 한 모호한 조건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래 투자와 관련해 자랑할 정도로 큰 숫자를 제시하되, 세부 사항은 최대한 모호하게 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례로 한국은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83조 원) 투자와 별개로 3년 반 동안 원유 등 미국산 에너지 10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는데, 구매 이후 한국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선 굳이 합의하지 않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베이커는 “어쩌면 한국이 미국산 원유를 대량으로 구매한 뒤 중국에 재판매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배럴당 몇 달러를 손해 보더라도 나쁘지 않은 거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선임 경제학자 겸 공동 창립자.  (사진제공 CEPR)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선임 경제학자 겸 공동 창립자. (사진제공 CEPR)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발표 자체에만 관심을 둔다는 점도 주목했다. 베이커는 “트럼프 1기 시절 중국은 미국 제품을 대거 구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았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물론 한국은 중국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합의를 세세히 감시하는 데 큰 관심이 없는 데다 그의 참모들 역시 대통령이 자랑하던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지적하길 꺼릴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어떤 국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실제 합의 준수 여부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국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에 따라 훨씬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도에 50% 관세가 부과된 것은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때문이지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브라질도 트럼프 대통령 동맹이던 전직 대통령을 기소했기 때문에 50% 관세를 맞았을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무역을 넘어서는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뉴욕타임스(NYT)는 모디 총리가 노벨상 추천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끈하면서 양국 정상 관계가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커는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원하는 걸 갖고자 하는 10살 소년과 같다”며 “그는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거래를 파기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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