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25억 달러 지키려 수십 배 지출 불합리”
트럼프 대통령 외교 신뢰성 부족도 경고
베이커, 친 민주당·반 트럼프 성향…객관성은 의문

한국 정부가 상호관세를 낮추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원하는 대로 3500억 달러(약 488조 원)를 투자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국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는 미국 경제학자의 주장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소속 딘 베이커 선임경제학자는 CEPR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투자 약속의 세부사항이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면 한국과 일본이 합의를 수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15%로 낮추겠다고 한 상호관세가 다시 25%로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연간 대미 수출은 10% 더, 즉 약 125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한국은 왜 국내총생산(GDP)의 0.7%에 불과한 125억 달러어치의 수출을 지키자고 그것의 수십 배가 넘는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사실상 그냥 주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은 7월 말 미국과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큰 틀의 합의에 성공했다. 하지만 세부 사항을 놓고 양국 간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3500억 달러를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 임의로 투자하고 싶어한다. 아울러 한국이 투자액을 회수한 뒤에 나오는 투자 수익은 미국이 90%를 가져가겠다고 주장하는 등 한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요구를 하고 있다.
이에 베이커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보다는 그가 요구한 대미 투자액의 약 5%만 관세로 인한 피해를 보는 기업에 지원해도 한국에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자신이 주장하는 관세로 인한 연간 수출 피해 규모를 어떻게 산정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무역 합의 득실을 좀 더 치밀하게 따져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는 차원의 주장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일본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일본 상호관세가 15%에서 25%로 높아지면 대미 수출이 10% 더 줄어들 수 있지만, 이는 금액상으로 일본 GDP의 0.3%를 약간 넘는 14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베이커는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140억 달러의 수출을 보호하기 위해 5500억 달러를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라며 “이는 일본에 그다지 좋은 조건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베이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간 합의의 무게감을 경시하는 면이 강해 언제든지 말을 바꿔 더 많은 돈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신뢰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타국과의 관세 협상은 물론 외교에서도 여러 번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 왔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유지하고자 협상을 타결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감안하면 미국이 중국의 군사행동에서 한국과 일본을 보호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베이커는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베이커의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딘 베이커는 진보 좌파적 성향을 가진 경제학자로 그의 견해는 민주당 내에서도 매우 진보적이라고 분류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공통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베이커는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공개적인 비판을 수차례 할 만큼 반트럼프 성향의 경제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주관적 견해 없이 객관적 근거만으로 이런 주장을 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