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8월 기업대출 6조 원 증가…中企 증가폭 ‘올해 최대’

입력 2025-09-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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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생산적 금융’ 압박…가계대출 규제 여파
고정이하여신·무수익여신 증가…건전성 '경고등'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이 한 달 새 6조 원 넘게 증가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기업여신으로 눈을 돌린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경기 침체 장기화로 연체율과 부실채권이 동시에 불어나면서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8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836조8801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만에 6조2648억 원 불어난 수치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이 3조2763억 원 증가하며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올 상반기(1~6월) 전체 증가액 1조8578억 원의 두 배에 달한다.

올해 1월 825조7227억 원에서 5월 838조1595억 원까지 늘었던 기업대출 잔액은 △6월(829조7384억 원) △7월(830조6154억 원) 주춤하다가 지난달 들어 크게 반등했다.

배경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가 깔려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7월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이고 새로운 영역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기업여신 부실률이 악화한 상황에서 8월 대출이 다시 크게 늘며 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은 3조4861억 원으로 지난해 말(2조7800억 원)보다 25.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수익여신도 2조1465억 원에서 2조8288억 원으로 31.8%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은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도 받지 못하는 대출로 이자수익조차 발생하지 않는다.

하반기에도 내수 부진과 소상공인 연체 누적이 겹치며 건전성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경기 회복세가 지연될 경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상환 여력 악화가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은행으로서는 연체율이 올라가면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고 이는 곧 실적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대출을 선별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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