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권한 축소…금융정책은 재정경제부로 이관
“권한 분산 통한 균형” vs “재정 정치화·또 다른 슈퍼부처 우려”

이재명 정부가 기획재정부를 둘로 쪼개는 결단을 내렸다. 2008년 이명박 정부 통합 이후 17년 만에 다시 재정과 예산이 갈라지는 것으로, 한 부처에 집중됐던 권한 구조에 대대적 변화가 예고됐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예산 편성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금융정책 기능까지 떠안게 되는 재정경제부가 또 다른 ‘슈퍼부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7일 고위당정협의를 거쳐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예산 기능을 떼어내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경제정책과 세제·국고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개편된다. 이번 조직개편은 국회 통과를 거쳐 2026년 1월 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획예산처는 단순한 예산 편성·배분만이 아니라 재정정책·관리,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까지 총괄한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부처 간 예산 협의와 정책 조정을 강화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재정경제부는 경제정책 총괄·조정, 세제·국고(결산 포함) 기능을 맡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소속 기관으로 두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 경제부총리는 재정경제부 장관이 겸임한다.
금융정책 기능도 손질된다. 금융위원회의 국내금융(금융정보분석원 포함)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되며,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된다. 이 위원회 산하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설치된다. 또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유지돼 온 ‘금융정책–감독 분리 체제’를 크게 손질하는 조치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권한 분산을 통해 예산 편성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정책 집행의 균형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당은 “기재부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이고 민주적 예산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재정경제부가 거시경제와 세제, 금융정책까지 맡게 되면서 다시 ‘슈퍼부처’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금융감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감독 독립성 약화나 규제 공백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기획예산처 신설이 대통령 권한 확대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며 재정 정치화 우려를 드러낸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며,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조직은 내년 1월 새 체제로 출범하고, 공소청·중수청 등 사법개혁 관련 신설 기관은 내년 9월 가동된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예산과 세제, 경제정책을 모두 틀어쥐면서 권한 집중에 대한 비판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개편으로 예산 기능을 분리해 재정경제부는 본연의 경제·재정 정책에 집중하고,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