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 등에 자사의 시스템반도체 부품(SoC)만 탑재하도록 요구한 브로드컴이 공정거래위원회와 동의의결을 체결하고 시정방안을 이행하기로 했다.
3일 공정위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행위와 관련한 동의의결안 최종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원상회복과 피해구제 등 스스로 마련한 자진 시정방안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공정위가 위법행위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에 자사의 시스템반도체 부품만을 사용하도록 요구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브로드컴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거래질서를 개선하고 해당 업계의 중소사업자와의 상생 협력을 위해 시정·상생 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10월 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올해 1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이후 공정위는 시정·상생 방안의 적합성을 엄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이해관계인과 관계부처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우선 브로드컴은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 등 거래상대방에게 브로드컴의 시스템반도체(SoC)만을 탑재하도록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려고 한다는 이유로 브로드컴과 거래상대방 간에 체결된 기존 계약 내용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브로드컴은 거래상대방의 시스템반도체 수요량의 과반수를 브로드컴으로부터 구매하도록 요구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거래상대방에게 가격, 기술 지원 등 비가격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거래상대방이 시스템반도체 수요량 과반수 구매 요구를 거절하더라도 시스템반도체의 판매·배송을 종료·중단·지연하거나 기존 혜택을 철회·수정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브로드컴은 시정방안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하여 자율준수제도를 운용할 예정이다. 임직원들 대상 공정거래법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시정방안 준수 여부를 공정위에 2031년까지 매년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동의의결 내용에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등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해당 분야의 국내 중소사업자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방안도 담겼다. 상생방안은 크게 △반도체 전문가 및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 운영 지원 △시스템반도체 등 관련 분야의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EDA) 지원 △중소사업자를 위한 홍보 활동 지원이다. 브로드컴은 이런 상생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130억 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공정위는 사건의 성격,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 방안의 거래질서 개선 효과, 다른 사업자 보호,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최종 동의의결안을 인용하기로 했다. 또한 유럽 집행위원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브로드컴의 유사 행위를 동의의결로 처리했다는 점을 고려해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 및 상생방안을 신속히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거래질서 개선 등 공익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거래상대방에게 배타조건부 거래를 요구하는 행위를 즉시 시정하고 시스템반도체 등 관련 분야에서 국내 중소사업자의 성장을 지원하여 산업 생태계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공정위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브로드컴이 본건 동의의결을 성실하게 이행하는지 면밀하게 점검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