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통합 HD현대중공업의 등장, 美 군함 시장 진출 ‘교두보’ 되나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 합병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
미 군함 시장 진출 기대감↑

(출처= HD현대중공업)

HD현대가 그룹 내 핵심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을 합병하기로 하면서 조선업계는 물론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니라,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마스가(MASGAㆍ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글로벌 방산 협력 구도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27일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합병에 대해 "양적·질적 대형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시장을 확대, 다변화하는 동시에 최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합병으로 올해 12월 출범할 ‘통합 HD현대중공업’은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대형선 중심의 역량과 HD현대미포의 중형선 전문 역량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부터 중형 탱커, 컨테이너선까지 다양한 선종 포트폴리오를 갖춤으로써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가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 합병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산 분야에서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MASGA 프로젝트의 본격적 가동을 앞두고 체급을 키운 통합 법인이 미국 군함 시장 진출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방산 분야에서 2035년까지 연 매출 10조 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HD현대 조선 계열사 중 군함 건조 라이선스를 보유한 곳은 HD현대중공업뿐이다. 중형선 전문 조선사 HD현대미포는 상선 건조를 담당해 라이선스가 없다. 그런데 올해 초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다음 달부터 울산 HD현대미포 인근 안벽에서 진행하게 되면서 양사 합병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고효율 선박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글로벌 선사들의 ‘원스톱 발주’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미 국내 조선업계계 전반에도 상선 건조와 군함 MRO를 넘어 군함 건조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한미 협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2054년까지 군함 364척을 추가 확보하려는 계획이지만, 자국 내 생산능력이 부족한 만큼 동맹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실제 26일(현지시간) 한화그룹은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NSMV)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 명명식에서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해군 지원함 MRO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편 이번 합병 소식은 합병 시너지와 글로벌 군함 시장 진출 기대감을 키우면서 주가에도 즉각 반영됐다. 이날 HD현대미포는 전날보다 2만7500원(14.59%) 오른 2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D현대중공업도 전날보다 5만3000원(11.32%) 상승한 52만 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