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EU 송배전 분리·철도 구조 개편·통합 사례 참고…전기요금·탄소중립 직결 변수

공공기관 구조조정의 칼끝이 가장 먼저 겨누는 곳은 발전 공기업과 철도 부문이다. 정부는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자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전력 생산 체계, 그리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SRT 운영사) 간 이원화된 철도 운영 체계를 우선 점검 대상으로 올려놨다. 뚜렷한 기준 없이 분리·운영되는 구조가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결국 요금·서비스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은 20일 브리핑에서 발전 공기업·한국토지주택공사(LH)·KTX·SRT를 1차 점검 대상으로 언급했다.
25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총지출은 947조4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7.2%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국가예산 657조 원보다 290조 원이나 많은 규모다. 최근 5년간 공공기관 지출은 꾸준히 늘었으며, 올해 역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구조개편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재정 변수다.

발전 공기업은 기능 중복 이슈가 적지 않다. 현재 발전 공기업은 중부·남부·남동·동서·서부발전과 한수원 등 6곳이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당시 경쟁 도입을 명분으로 한전 발전부문을 쪼개 설립했지만, 이후 20년 넘게 자원·입지·설비 측면에서 뚜렷한 차별성이 없는 상태로 운영돼 왔다.
한전 및 자회사 부채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203조 원으로 집계됐으며, 공공기관 전체 부채도 지난해 말 기준 741조 원에 달한다.
정부는 한전이 전력 판매·송전을 관장하면서 자회사를 통해 발전을 동시에 관리하는 현 구조가 ‘선수이자 심판’을 겸하는 형태라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한다. 신재생에너지 확산으로 분산형 발전원이 급증하는 상황에 맞춰 체계 재정립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철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동일한 고속열차임에도 KTX와 SRT가 다른 회사에서 운영돼 운영비 이중 부담과 운임 체계 혼선이 반복돼 왔다. SRT는 2016년 12월 수서고속철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했다.
관련 평가 자료와 국회 보고서를 보면 코레일·SR의 분리 운영으로 연간 약 406억 원의 중복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8월 20일 코레일·SR 및 전문가, 소비자단체가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통합 필요성·효과를 논의하는 등 본격 검토에 착수했다.
공공기관 효율화에 대한 해외 사례도 참고 지점이다.
일본은 2016년 소매 완전자유화를 거쳐 2020년 4월 송·배전을 법적으로 분리했고, 유럽연합(EU)은 2009년 ‘제3차 에너지 패키지’로 분리를 의무화하되 소유분리(OU)·독립계통운영자(ISO)·독립송전사업자(ITO) 중 선택을 허용했다.
철도 부문에서도 독일은 국가 철도공사(DB)를 단일 그룹으로 두되 법적·회계 분리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영국은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해 경쟁과 효율을 조화시키려는 방안을 시도해 왔다.
전력산업 구조 재편은 곧바로 요금과 탄소중립 목표에도 직결된다. 송·배전 분리로 시장 경쟁이 강화되면 단기적으로 요금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나, 재생에너지 직접거래 활성화·계통투자가 이뤄질 경우 장기적으로 공급 효율화와 배출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가 크게 확대되고, 태양광·풍력이 대부분 국가에서 화석·비화석 대안보다 낮은 발전비용으로 추가 설비를 견인할 것으로 본다. 철도 통합 역시 운영 효율 개선을 통해 비용 절감과 서비스 품질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 의원은 “코레일과 SR을 분리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중복 비용만 연간 406억 원에 달한다”며 “한국전력 5개 발전 자회사 역시 통합을 통한 효율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공기업의 약 10%는 시대 변화에 맞춰 통폐합하거나 일부 기능을 민간에 이양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