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의 최고경영진이 시중은행과 빅테크 수장들을 잇따라 만난다. 입법 지연과 규제 불확실성 탓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금융권이 글로벌 플레이어의 러브콜에 응한 것이다. 디지털 자산 시장을 둘러싼 ‘금융 vs 플랫폼’ 주도권 대결이 본격 전개되는 분위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요 경영진이 히스 타버트 서클 총괄사장과 연쇄 회동한다. 22일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각각 면담한다. 우리금융은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KB금융은 디지털 총괄 이창권 부문장(부회장급)이 접촉할 예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는 회동을 이미 마쳤으며,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 김형년 부회장과도 일정을 협의 중이다.
그동안 법안 지연과 규제 이슈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국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폭발적으로 커진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크립토퀀트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거래된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591억2530만 달러(약 80조8192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8.3% 폭증했다.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시장만 달아오르자 은행들이 뒤늦게 대응에 나선 셈이다.
업계는 특히 서클의 이번 방한을 전략적 행보로 해석한다. 국내 거래 비중이 미미한 USDC(서클의 대표 발행 코인)가 은행권 접촉을 계기로 입지 확대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USDC는 달러화와 1대 1 연동되며, 발행 잔액과 담보자산을 매달 회계법인 검증으로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내세운 ‘규제 친화적 코인’으로 불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 당국과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온 점도 제도권 협력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회동에서는 USDC·USDT(테더의 대표 발행 코인)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과 송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의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체적 의제는 비밀유지협약(NDA)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이 전환점에 들어선 만큼 은행과 빅테크 중 누가 디지털 자산 주도권을 쥐느냐가 향후 금융산업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