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산 장려의 역설…‘엄마 일자리’의 한계

입력 2025-08-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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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단순노동 일자리인 경우 대다수
출산 이전 일자리로 복귀는 쉽지 않아
일부에선 성차별 정책이라 반발하기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몰두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정부 역시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출산율을 회복하기 위해 아동 보조금 지급과 함께 ‘엄마 일자리’ 확대를 주요 출산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출산 후 중국의 한 빅테크 기업에 복귀했던 왕 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왕 씨는 출산 후 이전 직장에 복귀했을 때 상사가 퇴사를 간접적으로 종용했다고 털어놨다. 상사는 “모유 수유하는 엄마는 국가의 모유 수유 정책 때문에 한 시간 일찍 퇴근한다”며 “업무에 덜 집중하게 돼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왕 씨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일하겠다고 말한 후 다른 직원들처럼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등 노력했지만, 지난해 다른 직원들이 그의 업무를 대신한 것을 이유로 가장 낮은 업무 평가를 받고 결국 해고됐다고 털어놨다.

이는 중국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필사적인 정책을 펼침에도 탁상공론에 그치는 것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3세 미만 자녀 1명당 연간 3600위안(약 7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 보조금으로 연간 약 1000억 위안(약 19조2800억 원)의 재정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또한 12세 미만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근무 시간을 제공하는 엄마 일자리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2022년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출산 지원책을 발표하며 처음 도입됐다.

중국 중앙정부가 출산율 대책에 힘을 기울이자 지방 정부들도 이에 발맞춰 엄마 일자리 수 증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반쪽짜리 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엄마 일자리는 유연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저임금·단순노동 중심이라 여성의 경력 단절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이전처럼 전문성이 있고 커리어 상승이 가능한 일자리로의 안정적인 복귀를 원하지만, 정부 정책은 이를 전혀 뒷받침해주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엄마 일자리를 통해 일하고 있다고 밝힌 한 엄마는 “마치 엄마들을 위해 완벽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처럼 소개하지만, 실상은 그냥 저임금의 임시직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2023년 중국전국부녀연합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업주부 5명 중 4명은 다시 직장 생활을 하고 싶어하고, 그중 40%는 시간제나 유연근무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들은 경력단절 여성 채용에 좀 더 열린 방향으로 기업문화가 변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의 전국적인 일자리 부족 상황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로 복귀하거나 지금보다 많은 기회를 얻게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엄마 일자리는 여성들에게 부족한 정책이라는 비판 외에도 일부 남성들로부터 성평등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아빠 일자리 정책은 없는 것인가? 출산 여성뿐만 아니라 모두가 직장을 구하지 못해 힘든 시기란 점을 명심하라”라며 엄마 일자리 정책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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