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추가 개방 논란…양측 해석 엇갈려 불확실성 지속
관세 협상 이후 투자·기술 협력 구체화 필요성 대두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로 첫 고비를 넘겼지만,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2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압박, 농산물 시장 개방 논란, 관세 후속 조치 등 첨예한 현안이 한꺼번에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와 안보, 통상이 뒤엉킨 이번 협상은 ‘어떤 조건으로, 무엇을 맞바꾸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단연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한국이 방위비를 ‘10배 인상’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대 3.8%까지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미국 측은 과거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논의된 바 있는 국방예산 연동 등 인상 메커니즘을 다시 꺼내거나, 인상 폭을 관세·투자 협상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미군 장비 현대화나 배치비용 등을 포함하는 방안이 재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이미 국방비 지출이 주요 동맹국을 상회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 수준 대비 완만한 단계적 인상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상분의 일부를 주한미군 현대화나 공동훈련,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한 구체 사업에 한정하는 조건부 제안이 유력하다. 급격한 인상이 국내 재정과 여론에 미칠 부정적 파급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농산물 협상은 양국의 입장차가 더욱 선명하다.
미국은 쌀·쇠고기·낙농 등 민감 품목의 단계적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며, 비관세 장벽인 검역·통관 규제 완화까지 조건에 포함할 수 있다. 미국 농업계에서는 한국의 시장접근 요구가 재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 정부는 “추가 개방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검역·위생 절차를 강화해 실질적인 시장 개방 효과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할 경우 농산물 대신 에너지·광물, 첨단기술 투자 등 다른 분야에서 양보안을 제시해 미국의 압박을 분산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는 특히 쌀과 쇠고기, 유제품 등 국내 농가 피해가 큰 품목은 절대선으로 묶고, 대신 비민감 품목 일부를 조건부 개방하는 ‘맞교환 방식’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타결된 관세 협상으로 양국 상호관세율은 25%에서 15%로 낮아졌고, 자동차에도 동일한 세율이 적용됐다.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배터리·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와 첨단기술·핵심광물 분야에서의 경제안보 파트너십 강화가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법적 구속력과 세부 이행 계획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투자 규모와 시기, 산업별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방위비·농산물·통상 등 각 분야 현안을 패키지 형태로 조율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안보와 경제, 통상이 얽힌 복합 협상인 만큼, 정상 간 합의가 국내 이해관계자와 국제 시장에 던질 메시지가 향후 한미 관계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단순히 한두 가지 현안을 풀어내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의 한미 동맹의 틀을 재설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국익을 지키면서도 미래 협력의 기반을 넓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