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수도권 오르고 지방 내린다?…정부, 차등제 도입 속도[전기요금 지역차등제 上]

입력 2025-08-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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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8-10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발전소 소재지 혜택·전력수급 불균형 해소 목표
수도권 ‘역차별’ 반발 vs 지방 ‘환영’…형평성 논란 지속
경제계 “발전소 인근 요금 낮추고 원거리 부담 반영해야”
해외선 스웨덴 성공·영국은 철회…제도 설계 완성도 관건
전문가 “전력자급률·원가 반영해 객관적 차등기준 마련해야”

국내 전력 수요의 급증과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전기요금 지역차등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역 분산형 전력 공급 체계로의 전환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의 역차별 우려와 지방의 기대감이 엇갈리면서 제도 설계 과정에서 정밀한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본지는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전기요금 지역차등제의 도입 배경과 쟁점을 집중 조명해 지역균형과 기업부담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해법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 주)

▲345킬로볼트(kV) 송전선로 모습. (연합뉴스)
▲345킬로볼트(kV) 송전선로 모습. (연합뉴스)

전력 수요·공급 불균형 해소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국내 전기요금 체계가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정부는 지역 분산형 전력 공급 전환을 골자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전기요금 지역차등제’ 도입을 위해 제도 설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은 ‘역차별’을 우려하고, 지방은 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등 입장차가 뚜렷해 제도 안착에 난항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전력자급률과 공급원가를 반영한 객관적 차등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기요금 지역차등제는 전력시장을 권역별로 나눠 송전 이용·손실 비용 등 공급원가 차이를 반영해 도매·소매 요금을 달리 매기는 방식이다. 전력당국은 당초 도매요금 차등 적용을 우선 검토했으나, 최근에는 도·소매를 함께 차등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됐다. 2024년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전기판매사업자가 분산에너지 확대·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별로 다른 요금을 책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권역 구분은 아직 미정이지만, 수도권·비수도권·제주 ‘3분할’ 안이 검토안으로 공개된 바 있다. 최종 권역 구분과 요금 산정 방식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조정될 예정이다.

▲고리원전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우리나라의 원전과 화력발전소는 설비 특성상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이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수도권과 인구 밀집 지역으로 송전, 전기 수요자들에게 공급돼 지역 간 전력자급률 격차는 뚜렷하다. 2023년 기준 대전 3%·서울 10%로 낮은 지역이 있는 반면, 경북 216%·충남 214%·인천 186%·강원 213% 등 고자급 지역도 많다.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자체는 전기요금 혜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최근 들어 수도권에 전력수요가 집중되면서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발전소 소재 지역의 전기요금이 낮으면 AI데이터센터와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지방 이전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기는 (전남) 영광에서 생산하는데 서울과 영광의 전기요금이 같다. 이상하지 않나. 앞으로 바꿔야 한다. 지방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지방엔 싸게 하고 (수도권 같은) 소비지는 전력송전비를 붙여서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발언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수용성 제고 전략으로 해석됐다.

경제계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18일 대한상의 하계포럼 AI토크쇼에서 “모든 지역에서 전기 요금을 동일하게 받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며 “발전소에서 가까운 곳은 싸게, 먼 곳은 비용을 반영해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85%가 전기료에 쓰인다며, 지역별 차등요금이 산업 경쟁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는 엇갈린다. 스웨덴은 2011년부터 4개 권역(Zonal Pricing)으로 도매가격을 차등해 북부 발전지의 산업·인구 유입과 남부 수요관리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영국은 3년 넘는 논의 끝에 지역별 도매가격제 도입을 공식 철회했다(투자 불확실성·소비자 간 격차 확대 우려 등).

전문가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설계 정밀성과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송전망 부담이 큰 수도권이 일정 부분 더 부담하고 그 재원으로 타 지역 요금을 낮추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옳다”면서도 “막연히 ‘수도권이니까 많이 내라’는 접근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고, 송전망·전력자급률 등 근거에 기반한 세분화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토론회·공청회·이해관계자 간담회 등을 거쳐 제도 설계안을 확정한 뒤 전력시장 운영규칙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분기 중 운영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 시행을 목표로 하지만, 사회적 합의와 준비 상황에 따라 올해 일부 권역 시범 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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