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직장인 A 씨는 생후 7개월 된 딸과 아내와 함께 경기도 성남의 한 소아과를 찾았다. 아내는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을, 딸은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같은 진료실에서 이뤄진 접종 과정에서 의료진의 착각으로 아기에게 독감 백신 대신 모더나 백신이 잘못 투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30대 학부모 B 씨는 둘째 아이의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2차 접종을 위해 지역 병원을 방문했다. 백신 접종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몇 시간 뒤 병원으로부터 오접종이 있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알고 보니 한 달 전 접종했던 병원이 전산 등록을 누락해 중복 접종이 일어난 것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백신 오접종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지만 원인이나 대응 시스템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백신 오접종 사고 사례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신종 감염병 예방의 핵심 수단으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접종 이후의 관리나 오접종 예방에는 여전히 소홀한 실정이다. 접종 실수는 반복되는데도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족하다.
‘어떤 백신을 개발할 것인가’에만 관심이 쏠려 있을 뿐, 안전한 접종을 위한 시스템 개선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오접종의 주요 사례는 △접종 대상 연령 오류 △접종 간격 착오 △접종 부위 실수 △백신 종류 착오 등이다.
오접종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장 시스템에 있다. 대다수 중소 병·의원과 보건소에서는 간호 인력이 백신 보관부터 선택, 접종, 기록까지 모든 과정을 맡는다. 그러다 보니 환자가 몰리면 접종부터 진행한 뒤 전산 등록을 나중에 몰아서 입력해 접종 내용과 입력 정보가 다른 경우가 발생한다. 오접종 후 문제가 생겨도 백신은 즉시 폐기돼 어떤 주사제가 사용됐는지 사후 확인조차 어렵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오접종 예방관리 지침을 마련해 접종 전 피 접종자와 백신 정보 10가지 항목을 3회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접종 당일 정부 포털에 피 접종자 정보를 일일이 등록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시간과 인력의 한계로 이를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 소아과 관계자는 “백신 입고 시점부터 관련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고, 전산 프로그램으로 백신을 관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번거로운 게 사실”이라며 “오접종을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접종에 대한 통계도 부족하다. 오접종 사례는 의료기관 또는 접종자가 직접 보건소에 신고하게 돼 있으며 이후 보건소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질병관리청에 보고한다. 질병관리청은 해당 기관에 ‘이상반응 모니터링’ 및 ‘사후 보고’를 지시한다.
그러나 의료진이 자신 신고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실제 오접종 사례는 보고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접종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피해보상을 받기란 쉽지 않다. 단순한 접종 실수가 아니라 건강상의 이상이 발생해야 하고 오접종 간의 인과성이 입증돼야 보상 대상이 된다. 건강 피해가 없다면 보상을 받기 어렵고, 정신적 피해나 불안 등에 대해서는 의료분쟁조정이나 민사소송을 통해서만 일부 보상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장에서는 디지털 기술이나 자동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을 자동화 시스템에 맡겨 실수를 최소화해 오접종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바코드 기반의 자동화 장비를 도입해 백신을 관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예방접종관리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3년에 걸쳐 추진할 예정”이라며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자체적으로 바코드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소규모 의료기관까지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확대하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다양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