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A 전후 초기 바이오 기업에 투자 목적

정부가 결성하는 5·6호 K-바이오·백신 펀드가 이전과는 달리 초기 바이오 기업 투자에 집중한다. 기존 펀드가 임상 2~3상 단계의 성장 기업에 주로 투자했다면, 이번에는 시리즈A 전후 단계의 기업에 자금을 집중해 바이오 생태계의 뿌리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각각 500억 원 규모로 5·6호 K-바이오·백신 펀드 신규 운용사 모집 공고를 냈다. 정부는 펀드당 200억 원씩 총 400억 원을 출자하며 펀드별 목표 결성액인 500억 원의 70%(350억 원) 이상이 모집되면 조기 투자에 나설 수 있다.
K-바이오·백신 펀드는 블록버스터급 신약 창출을 위한 재원으로 조성되고 있다. 6월 기준 총 4개 펀드가 결성돼 누적 3866억 원이 모였다. 1호 펀드(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1500억 원, 2호(프리미어파트너스)는 1566억 원 규모로 결성됐다. 1000억 원 규모의 4호 펀드(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는 800억 원을 우선 결성했고, 같은 규모의 3호 펀드(데일리파트너스‧NH투자증권)는 8월 중 우선 결성 예정이다.
5·6호 펀드는 이전보다 규모는 작지만, 투자 대상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기존 펀드는 ‘혁신 신약 임상 2~3상’을 주요 타깃했지만, 이번에는 ‘혁신 제약 기술’로 대상이 넓어졌다. 투자 대상이 임상 단계 요구를 배제하면서 초기 기업 투자에 적합한 구조로 변경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펀드별 목표 결성액을 500억 원으로 설정한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민간 출자금으로도 펀드 구성이 가능하게 하려는 취지”라며 “벤처캐피털(VC) 및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 소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드~시리즈A 단계에 특화된 펀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투자 고려 대상은 △제품 출시 전이거나 초기 단계 △초기 매출이 발생하며 시리즈A를 준비 중인 기업 △시장 검증을 마치고 성장 단계 진입을 앞둔 기업 등이 포함된다. 보통 이 시기의 기업들은 비임상 또는 임상 1상 직전 단계로, 기존 펀드들이 주로 투자했던 후기 단계 기업들과는 구분된다.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자주 직면하는 ‘죽음의 계곡’은 이처럼 임상 초입 또는 실증 단계에서 자금난으로 인해 사업화가 좌절되는 구간이다. 창업 초기에는 기술력만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시리즈A 단계부터는 매출, 임상 데이터, 실증 사례 등 보다 구체적인 사업성과가 요구돼 투자가 한층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전체 산업군에서 폐업한 기업의 90% 이상이 초기 투자(시드~시리즈A)까지 받았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업력 3년 이하였으며 이후 추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다 폐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 산업 역시 높은 개발 리스크와 긴 사업화 기간을 고려할 때 유사한 폐업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펀드의 투자 경향과도 연결된다. 1~4호 펀드를 통해 총 20개 사에 958억 원을 투자했으며 코스닥 상장, 임상 진입, 글로벌 진출 등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기술력은 있지만 사업성이 입증되지 않은 초기 기업에는 진입장벽이 높았다는 평가도 있어 5·6호 펀드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결성 취지처럼 시리즈A 전후 기업이 주요 투자처라면 작은 규모의 투자로 많은 곳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펀드는 회수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기 때문에 상장 요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VC들의 초기 단계 투자가 실질적으로 실행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